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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황룡사9층목탑', 0.05㎜ 펜으로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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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까지 인사동 경인미술관서 펜화가협회전…손실된 문화재 복원부터 고공서 바라본 도시풍경까지 다양

사라진 '황룡사9층목탑', 0.05㎜ 펜으로 부활하다 황룡사9층석탑-김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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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굵기가 0.05㎜에 불과한 펜촉이 수십만 번 오가니 팔백 년 전 허물어진 '호국의 상징'이 되살아났다. 645년 신라 선덕왕 때 만들었지만 고려시대인 1238년 몽고가 침입했을 때 불타 지금은 주춧돌만 남은 '황룡사 9층 목탑'.

펜화가 김영택씨(71)는 입체(3D) 복원도를 참고해 도화지 위에 부연과 처마, 공포와 난간을 아홉 번이나 켜켜이 쌓았다. 매일 짧게는 네 시간, 길게는 열 시간씩 정진해 꼬박 3개월이 걸렸다. 그는 가장 가는 0.1㎜짜리 펜촉을 사포로 갈아 0.05㎜, 0.03㎜ 굵기로 만들어 사용했다. 1㎜ 공간 안에 선을 다섯 번 그을 정도로 세밀하고 날카롭다.


'제6회 펜화가협회(회장 김영택)전'이 오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는 김씨와 그의 제자 열다섯 명이 꾸렸다. 대부분 김씨가 이끌던 예술의전당 미술 아카데미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지난달 31일 미술관에서 만난 김씨는 황룡사 9층 목탑을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꼽았다. 그는 "전체가 세밀화라 애를 먹었지만 옛사람들의 혼과 정신이 담긴 아름다움의 '정수'"라며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이 작품의 확장판은 올해 8월 개관하는 경북 경주 황룡사 역사문화관의 로비에 걸릴 예정이다.


동양에서는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서구에서 발달한 펜화는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장르다. 김씨는 홍익대 미술대학을 졸업한 뒤 산업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우연히 펜화에 손을 댔다. 직장마저 버리고 작가의 길을 택했다.


그의 작품 소재는 대부분 건축 문화재.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경복궁 근정전, 창덕궁 열고관(閱古館ㆍ조선 정조 임금이 중국 서적을 보관하던 곳)과 개유와(皆有窩ㆍ정조 임금이 세손시절 마련한 도서실), 흥인지문, 범어사 일주문, 광화문 등 우리 것부터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 프랑스 노르망디의 몽생미셸, 영국 런던의 세인트 폴 대성당까지 다양하다.


역사적 고증을 거쳐 유실되거나 손실된 문화재까지 살려낸다. 지금은 문만 남은 숭례문 일대를 그리거나 철조망 등 보호시설에 가린 경주 불국사를 온전히 묘사하는 식이다. 그렇게 그린 작품만 280여점. 판화본으로는 3000점이 넘는다. 김씨는 "문화재를 기록하는 일은 국가적이고 세계적인 일"이라며 "훗날 내 작품이 또 다른 문화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황룡사 9층 목탑' 오른쪽 바로 옆에 김씨의 동양적 관념화 기법이 드러나는 작품 '달마산 미황사'가 걸렸다. 미황사 뒤 달마산의 우거진 숲과 사이사이 보이는 깎아지른 절벽이 돋보인다. 서양화 투시도법으로 보면 달마산은 조그맣게 나왔을 터. 그는 "동양화에서 사물의 크기는 사람의 생각에 의해 결정된다"며 "인간이 느낀 감흥을 고려해 그린 작품"이라고 했다. 즉, 서양의 펜화와 동양의 철학이 어우러진 그림이다.


사라진 '황룡사9층목탑', 0.05㎜ 펜으로 부활하다 평양 관후리성당-이승구


2011년부터 매년 전시에 참여해온 제자들의 작품에서도 이제 완숙미가 보인다. 건축 디자인을 전공한 이승구(57)씨ㆍ조명혜(56)씨 부부는 국내의 아름다운 성당과 성지를 주로 그려왔다. 이씨는 특히 북한 지역에서 사라진 성당 50여 곳을 복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평양 관후리 성당(1913年 평양교구)' 등을 선보인다. 조씨는 '매화동 성당(1897年 서울교구 황해도 매화동' 등을 내놓았다. '짓는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앞마당의 작은 벽돌부터 성당의 십자가까지 꼼꼼히 쌓아올렸다.


사라진 '황룡사9층목탑', 0.05㎜ 펜으로 부활하다 비행산수-서울역-안충기


일간신문 편집기자인 안충기씨(52)는 김씨가 신문사에 연재하던 작품들을 눈동냥하다가 펜화에 빠졌다. 이번에 전시된 '부산 기장 해동용궁사'는 김씨가 칭찬한 작품이다. 바닷가의 바위와 멀리 보이는 작은 불상, 뒷산의 잎사귀까지 소홀한 것이 하나도 없다. 고공에서 바라 본 도시의 풍경을 그린 '비행산수-서울역'도 있다. 드론을 띄워 사진을 찍고 높은 산에 올라가 눈으로 관찰한 뒤 그렸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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