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정의화·박지원 등 경륜·경험 앞세우며 존재감 과시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초선 비중이 40%가 넘는 20대 국회 임기가 시작됐지만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6070세대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들은 정치적 경험과 관록의 힘을 앞세우거나, 20대 정국의 주도권 쥐기 위해 '구원투수'로서 당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우선 5박6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친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72)이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재확인했다. 그가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각계 원로, 새누리당 핵심 인사들과 만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가자 정치권이 들썩였다. 특히 반 총장은 내년 73세가 되는 고령의 나이가 대통령직 수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나이, 체력 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충청+대구·경북(TK) 연대론까지 나오며 '반기문 대망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얼마 전 퇴임한 정의화 국회의장(68)은 매머드급 싱크탱크 '새 한국의 비전'을 출범시키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새 한국의 비전에는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를 비롯해 야당 현역 의원, 정관계 원로 등 120여명이 참여해 순수한 정책기구 이상의 의미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의장은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내비쳐 대선을 앞두고 정계 개편 논의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취임 한 달을 넘긴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74)는 풍부한 경륜과 특유의 노련함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이달 초 초선의원들에게 자신의 정치 노하우를 전수하는가 하면, 원 구성 협상에서 1, 2당을 쥐락펴락하며 주도권을 잡기도 했다. 20대 여소야대 국회 속 '캐스팅보터'인 3당의 원내사령탑으로서 당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원내대표를 세 번이나 맡는 진기록을 세운 그는 최근 대권 도전을 시사 발언을 해 정치권을 술렁이게 했다.
이 밖에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으로 기용된 김희옥 전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68)과, 더불어민주당을 이끄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76) 역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20대 국회의원 당선자의 평균 연령은 55.5세로 이전 국회에 비해 갈수록 노령화되고 있다는 통계까지 있다.
이러한 추세는 젊은 정치인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해외 정계와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미국의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공화당의 폴 라이언(46), 훈훈한 외모로 인기가 높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44),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42) 등 해외에선 40대 정치인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만 60~70대 노장들이 정치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있다. 새로운 정국이 펼쳐질 20대 국회가 경륜과 경험이 풍부한 중량급의 정치인을 필요로 한다거나, 직업 정치인으로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는 젊은 정치인들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평가 등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와 기대수준이 올라가면서 3, 4선급이어도 과거 정치인들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지는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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