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가시화된 가운데 은행권이 부실채권(고정이하)에 대비해 쌓아둔 충당금이 3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8년 이후 최고치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고정이하 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 잔액은 총 33조5678억원이다. 지난 한 해에만 3조5450억원이 증가해 5조826억원이 늘어난 지난 2010년 이후 연간 상승폭으로는 5년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대손충당금 잔액은 2008년 말 21조원에서 2013년 31조원으로 늘었고, 2014년 30조원으로 소폭 줄었다가 다시 1년 만에 3조5000억원 증가했다.
은행 종류별로 살펴보면 특수은행이 16조6719억원으로 대손충당금 잔액이 가장 많았다. 국내와 외국계를 합친 시중은행은 14조8586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지방은행은 2조372억원을 쌓았다.
특수은행은 절대 규모로는 대손충당금이 가장 많았지만, 실제 부실채권에 대한 커버리지 비율은 91.5%에 그쳐 추가로 충당금을 쌓아야 할 처지다. 산업은행의 경우 5조7625억원의 실탄을 확보했지만 커버리지 비율은 78.65%로 은행권에서 가장 낮다. 여기에 '정상' 등급으로 분류돼 충당금을 거의 쌓아두지 못한 대우조선해양 등 주요 조선사들의 대출 채권에 대해 신용등급을 조정한다면 추가로 들어갈 돈은 수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대우조선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6조3000억원에 달한다.
NH농협은행도 3조3462억원의 충당금을 쌓았지만 커버리지 비율이 79.65%에 불과해 산업은행에 이어 최하위권에 꼽혔다. 반면 특수은행 중 기업은행은 4조원의 충당금을 쌓아 커버리지 비율이 173.7%에 달했다.
시중은행의 커버리지 비율도 상대적으로 넉넉한 편이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SC제일·씨티 등 6개 시중은행의 평균 충당금 커버리지 비율은 145.3%로 조사됐다. 국민은행은 3조7088억원(151.5%), 우리은행 3조7687억원(121.5%), 하나은행 3조2546억원(128.9%) 등 3개 시중은행은 각각 3조원이 넘는 구조조정 실탄을 마련했다. 신한은행도 2조7897억원(172.7%)을 쌓았으며 한국씨티은행 6911억원(345.3%), SC제일은행 6456억원(189.3%)의 충당금을 각각 마련했다. 조선·해운업 관련 시중 은행의 익스포저는 3조2000억원 안팎이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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