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법인들이 제출한 작년도 사업보고서를 점검한 결과 절반가량이 부실하게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금융감독원이 오늘 밝혔다. 금감원 분석 결과 금융회사와 외국법인을 제외한 2199곳의 사업보고서에 '재무사항'이 적절히 기재됐는지 확인해 보니 41.5%인 913개 업체가 일부 내용을 빠뜨리거나 부실하게 적었다. '비재무 사항'의 경우 2385개 기업 중 55%인 1311곳이 일부를 빠뜨리거나 미흡하게 적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전년도에 비해 꽤 나아졌다고 볼 수도 있는 결과다. 재무사항 부실작성 업체는 전년 51.7%에 비해 10.2%포인트나 낮아졌다. 미흡사항 항목수도 점검대상 회사당 0.9개로 전년에 비해 0.6개 줄었다. 비재무사항 부실은 전년보다 9.9%포인트 증가했지만 점검항목이 8개에서 10개로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악화됐다고 하긴 어렵다.
기업들의 경영정보 공시가 전보다 개선되고는 있지만 전체적인 내용이나 규모를 보면 아직 크게 미흡한 수준이다. 기업정보 공개 및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공시가 투자자가 기업을 파악하고 투자판단을 하기 위한 기본적인 자료이기 때문이라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공시서류에 사소한 오류라도 있다면 이는 회사정보를 왜곡시켜 투자자들에는 손실을, 기업에는 신뢰도 저하를 초래한다. 구조조정의 중심에 서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수조 원대 분식회계 의혹처럼 그 충격이 개별 기업을 넘어 국민경제까지 휘청이게 하는 경우도 있다.
공시 관련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느슨한 감독과 경미한 처벌부터 손봐야 한다. 지난해 적발된 공시의무 위반건수는 총 126건으로 전년보다 2배 늘었다. 이렇게 적발건수가 급증한 것은 조사절차 효율화, 조사인력 확충, 모니터링 강화 덕분인데, 이는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그 전까지의 조사가 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적발된 회사에 물린 과징금도 총 7억1000만원으로 건당 수백만원꼴에 불과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 자료를 봐도 공시사항인 대기업 집단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해 48곳 중 13곳이 공시위반 점검을 한 번도 받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과태료도 2011년부터 4년간 공시위반 231건에 공정위가 부과한 것은 50억원에 그쳤다.
미국이나 유럽 등 금융선진국들만큼은 아니라도 공시 부실에 대한 더욱 철저한 점검과 제재가 필요하다. 그 같은 개선과정에서 세계 최하위 수준의 회계투명성 제고, 회계법인과 신용평가기관 등에 대한 감리제도 강화 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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