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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항쟁 36주년 추모시 "5월에 바치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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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모"


푸르디 푸른 초여름 어느날
바람 없어도 으스스 떨리는 오늘
흰 소복 입고 민주의 화신들께 하얀 국화 한송이 바칩니다.

싱그러운 초여름의 고운 햇살도 서러운 날
푸른 5월은 하얀 슬픔이 되고 하얀 슬픔은 잿빛 하늘이 되어
검은 하늘에 펼쳐져 있습니다.


온통 푸른 5월 어느날
잔잔한 정이 넘치는 평안한 남도 땅에
철거덩 거리는 군화소리와 가슴을 내리치는 총소리가 울리고
사람들은 모두 공포에 떨었습니다.

하늘마저 울어버린 음산한 밤
저 검은 악마들은 총칼로 무장한 채 평화의 땅을 유린했고
몽둥이와 군화발로 밝은 세상을 무참하게 짖뭉겠습니다.


전남대에서 광주역에서 금남로에서
그리고 사람사는 온 세상마다
저들의 만행앞에 맨주먹으로 저항했고 온몸으로 울부짖었습니다.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숨지도 않았습니다.
권력에 눈이 먼 저 간악한 무리들을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함께 죽자며 더 단단하게 어깨를 맞댔고
혹여 배 고프면 주먹밥을 나누며 두 주먹 불끈 쥐고
핏발 선 눈으로 저 잔혹한 이리 떼와 맞섰습니다.


총탄을 맞은 가슴은 분수처럼 피가 솟았고
내리치는 곤봉앞에 꽃다운 청춘은 무참하게 쓰러져
5월의 영산홍보다 더 붉은 꽃이 되었습니다.


검붉은 피는 거리를 뒤덮고
떡대같은 우리 아이들은 시퍼런 주검이 되어
무등산 아래 눕고 말았습니다.


36년의 시간들
통곡마저 사치가 되어버린 세월 속에 이제 눈물마저 말라 버리고
피멍든 가슴을 안고 민주의 제단, 평화의 제단에 열사들을 바칩니다.


아들아 내 딸들아!
그리고 망월동의 민주 열사들이여!
오늘은 모두의 제삿날입니다.
민주가 죽고 평화가 죽고 가라앉은 진실마저 떠오르지 못하는 세상
36년 전의 그날처럼 온통 검은 리본이 가득하고
살아 있음이 부끄러워 애틋한 노란 리본도 물결치고 있습니다.


5월의 넋이여!
광주의 혼이여!
민주의 꽃이여!
지천으로 핀 하얀꽃으로 소복한 날,
오늘은 횃불처럼 타오르는 가슴을 안고
열사들의 무덤 앞에 뜨거운 눈물로 하얀 국화꽃 한송이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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