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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부패방지' 원칙 지키며 합리적 보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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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가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공직자나 언론인ㆍ사립학교 교원 등이 직무 관련인에게서 3만원 이상의 식사 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식사는 현행 공무원행동강령의 상한액과 같고 경조사비는 두 배로 늘어났다. 선물은 한도가 새로이 설정됐다. 시행령안은 입법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공무원 행동강령보다는 다소 완화된 선에서 조정됐다.


통상의 시행령이 입법 후 3~6개월 안에 만들어지는 것과 달리 이번 김영란법 시행령안은 법 통과 14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마련됐다. 그만큼 논란의 여지가 크고 논의될 사안도 많았다는 뜻이다. 그동안 경직된 법 시행은 내수가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과 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금품수수 허용액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농축수산업계는 소비 감소를 우려하며 한우ㆍ굴비ㆍ화훼 등을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식품ㆍ요식업계는 음식값 상한액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달 언론간담회에서 "우리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패방지를 위한 김영란법의 기본 취지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관피아'(관료+마피아)의 악습과 같은 정경 유착이나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근절을 위해서는 이런 법이 필요하다. 문제는 특정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과 현실적인 관행이다. '선물 5만원 상한으로는 수입고기만 팔릴 것'이라는 한우농가의 주장이 그 예다.


그와 반대로 법 제정 취지의 변질을 비판하는 소리도 높다. 입법과정에서 국회의원의 민원전달은 부정청탁의 예외로 했고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 등의 자녀ㆍ친척 취업 청탁을 막기 위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도 빠졌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등이 적용 대상으로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시행령안은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법집행의 실효성을 되짚어 기한 내에 합리적으로 손질하는 게 바람직하다. 국회와 헌재도 제 몫을 해야 한다. 위헌여부의 결정에 따라 시행령은 물론 모법까지 고쳐야 하는 혼란이 생길 수 있는 만큼 헌재는 신속히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 국회 또한 논란이 된 모법의 적용 대상 축소문제 등을 빠르게 결론 내려 더 이상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진통 끝에 마련된 김영란법 시행령안이 합리적으로 손질돼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 제정의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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