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4대 개혁 중 한 부문인 공공기관 개혁 작업의 한 실상을 보여주는 조사결과가 어제 나왔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335개 공공기관 수장의 지난해 업무추진비 집행금액이 56억6082만원으로 전년보다 3.8% 늘었다. 공공기관의 부실을 개선하기 위해 2014년에 전년보다 10% 이상 줄였던 업추비가 1년 만에 슬그머니 다시 오른 것이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아직 크게 모자라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공공기관개혁이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는 건 분명 사실이다. 공공기관 경영개선의 핵심으로 꼽히는 부채감축의 경우 지난달 말에 기획재정부가 집계한 결과 2015년 전체 공공기관(320개)의 부채가 505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4조4000억원 감소했다. 전년도보다 27배나 큰 감소폭으로, 부채비율도 2010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183%로 떨어졌다. 임직원들에 대한 과도한 복리후생도 상당폭 줄이고 있다.
그러나 부채비율과 같은 '재무의 건전성'이 곧 '경영의 건전성'인 것은 아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정부의 경영평가 등을 의식한 수치 꿰맞추기, 보여주기식이 적잖다. 급여를 한쪽에서 줄이면 다른 명목으로 보전해주는 것과 같은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
'판공비'라 불리는 업추비를 삭감했다가 1년 만에 다시 올린 것에서도 그 같은 '꼼수 개혁'의 행태가 엿보인다. 물론 전체적으로 업추비의 증가폭도 미미하고 일부 기관에선 다시 늘려야 할 불가피한 사정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경영실적의 악화에도 업추비를 전년보다 4배나 올린 일부 기관의 '과감한' 행태 등을 보면 공공기관이 생존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각오와 실천이 아직 크게 부족한 듯하다.
구체적인 집행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업추비가 특히 '투명 경영'을 보여주는 항목 중 하나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부채 500조원이 넘는 공공기관 개혁의 출발점은 기관들 스스로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먼저다. 또 자구노력은 모든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체질개선도, 경영개선도 가능하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공공기관 개혁을 부르짖는 정부와 정치권의 '말 따로 행동 따로' 행태다. 총선 이후 공공기관 감사 자리를 여당 출신 인사가 잇따라 꿰찬 가운데 '정피아' '관피아' 출신 낙하산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공공기관 개혁'을 공허하게 만들지 않을 책임, 공공기관 안은 물론 밖에도 지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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