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개혁 조치에도 기업의 체감도는 나아지지 않았다는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을 끈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의 개선 미흡'과 '공무원의 규제개혁 마인드 불변'을 문제점으로 꼽은 의견이 많았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암덩어리ㆍ원수'라 외치며 규제혁파를 외쳐도 일선 공무원이 바뀌지 않는다면 규제개혁은 공염불에 그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내용이다.
전경련이 어제 내놓은 '2016 규제 개혁 체감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이 규제개혁 만족정도를 나타내는 체감도(기준 100)는 올해 83.6으로 지난해(84.2)와 거의 같았다. 또 규제개혁의 성과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자 비율(6.0%)에 비해 불만족한다는 응답(30.6%)이 5배를 넘어섰다. 기업들은 불만족 이유로 '보이지 않는 규제'(32.0%)와 '공무원 규제개혁 마인드의 불변'(24.5%), '해당분야 핵심규제의 개선 미흡'(21.8%) 순으로 응답했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이후 적극적인 규제개혁 조치를 추진해온 것이 사실이다. 규제비용총량제와 네거티브방식을 도입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다섯 차례 규제개혁 현장점검회의를 열고 제도정비를 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에서 보듯 규제개혁 드라이브가 기대했던 성과를 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근거도 없이 자의로 인허가를 거부하거나 장기간 서류를 방치하는 등 공무원의 갑(甲)질 행위와 소극행정이 규제개혁 체감도를 낮췄다는 점을 정부와 공직자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경련이 시급히 개선해야 할 규제의 하나로 꼽은 대기업집단 지정만 해도 그렇다. 대기업들은 8년째 달라지지 않는 대기업집단지정제도 개선을 거듭 건의해왔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봐주기' 논란 등을 의식해 몸을 사렸다. 박 대통령이 최근 개선 필요를 강조한 뒤에야 공정위는 기준을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런 보신주의, 소극행정의 사례는 부지기수다. 인사혁신처가 직무태만 등 소극행정으로 국민에게 피해를 준 공무원을 징계하는 기준을 마련한 것만 봐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규정에도 없는 보이지 않는 규제와 이에 기댄 공무원 갑질, 경직된 소극행정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경제로 돌아간다. 규제개혁은 정부의 거창한 발표나 선언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정치권의 지원과 법령의 개선도 필요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규제를 손에 쥔 일선 공무원들이 달라져야 한다. 국민의 공복임을 깨닫는 공직자 의식전환이 규제혁파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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