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저격수를 자임하고 나섰다.
오마바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언론 회견을 갖던 도중 작심 발언에 나섰다. 그는 “지금은 매우 중요한 시기이고 미국 대통령은 정말 중요한 자리”라고 말한 뒤 “미국 대통령직은 오락이나 리얼리티 쇼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각종 막말과 기행을 앞세운 대중적 인기를 앞세워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고 오는 11월 대선 이후 백악관까지 넘보고 있는 트럼프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 백악관 기자단 연례 만찬에서도 트럼프의 대통령 자격을 문제 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얼굴에서 이제 웃음기는 사라졌다. 비장함까지 묻어날 정도로 결연했다. ‘트럼프와의 전쟁’을 자신의 마지막 임무로 여기는 분위기다.
임기말이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의 ‘트럼프 불가론’은 상당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내년 1월 퇴임을 앞두고 있지만 지지율은 50%가 넘는다.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현상)이 무색할 지경이다. 그만큼 미국인들을 트럼프 반대 진영에 결집시킬 강력한 파워를 지니고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오바마 대통령은 그저 여당인 민주당 후보 지지 정도에 머물지 않고 트럼프를 직접 낙마시키기 위해 앞장 설 기세다.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집권 8년 동안 이뤄놓은 자신의 업적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절박함도 깔려있다.
이와관련,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회견 도중 트럼프에 대한 검증 카드를 꺼낸 것은 예사롭지 않다. 그는 “트럼프는 검증이 필요한 오랜 기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정보를 제대로 알게되면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향후 오바마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검증 공세가 시작될 것이란 예상은 어렵지 않다. 특히 워싱턴 정가에선 대선 레이스 도중 트럼프의 부동산및 카지노 사업과 관련된 탈세나 불법 행위가 밝혀질 경우 치명타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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