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들, 사실 확대포장·허위진술서 작성 종용·징계처분
누명 쓴 학생 1년여 간 정신과 치료…지난달 24일 자살시도
법원 "중대한 위법·부당해…재량권 일탈·남용" 취소 판결
[아시아경제 문승용] 지난 1년여 동안 악마의 탈을 쓰고 학생들과 학부모를 괴롭혀왔던 교육자들이 법의 심판으로 민낯을 드러내게 됐다.
이 교육자들은 사실을 확대·과대포장하거나 학생들에게 허위 진술서를 작성하도록 종용해 2명의 학생에게 누명을 씌워 특별교육이수 4개월이라는 징계처분을 명령했다. 또한 이 교육자들은 관련법까지 위반하며 부당한 징계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징계처분을 받은 학생·학부모들은 학교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특별교육이수처분취소(2015구합1458)소송을 제기했고 한 학생은 1년여 간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했다. 급기야 이 학생은 법원 판결 4일 전인 지난달 24일 “이건 사람이 사는 것이 아니다. 죽고 싶다”며 자신의 처신을 비관해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광주지방법원 제1행정부(판사 박길성 김선숙 정철희)는 지난달 28일 “이 사건 처분은 징계절차상 중대한 위법이 있고 사실을 오인하거나 부당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며 “전남 함평골프고등학교는 특별교육이수 4개월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함평골프고등학교 전·현직교장을 비롯한 K교감, K학생부장 등과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들의 책임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교육청은 이 사건의 민원을 접수받아 조사에 착수했지만 밝혀내지 못했다. 더욱이 현 교장은 당시 조사관으로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 사건을 축소 또는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게 돼 신분상 조치가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이 사건은 2014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K·J양은 전남 함평골프고등학교 입학 전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이 두 여학생은 이 학교에서 진행하는 캠프에 참여해 지난해 2월까지 운동을 하고 학교에 입학했다.(본보 4월 29일 보도 [기자브리핑]‘함평골프고 잇따른 자살소동’…그 이유는 참조)
전국 각지에서 모인 중학교 3학년 6명의 아이들이 기숙사 생활을 했다. 인원이 많지 않다보니 서로 친하게 지냈고 힘들 때면 서로 도와가면서 챙겨줬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 좀 더 알게 됐고 어느 덧 장난치며 함께 어울리는 가까운 사이가 됐다.
이 학생들은 골프 스윙 연습 때 스윙을 하면 골프채로 엉덩이를 툭 건들기도 했고 샤워를 할 때면 신체 일부분에 대해서 서로를 놀리며 웃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학교에 정식 입학 후 2015년 6월경 두 학생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가해자로 신고 됐다. 동급생인 L양에게 언어폭력과 성추행, 집단 따돌림(왕따) 등 학교폭력을 행사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 학생들은 학폭위가 열리기 전날까지만 해도 서로 손잡고 다닐 정도로 가까운 친구사이였다.
하지만 이 학교 K학생부장은 샤워 중 신체일부분을 가지고 놀리며 장난 친 사실을 주워듣고 과대·확대포장하기 위해 L양에게 진술서를 작성하라고 종용했다. 사실을 말하고 싫다는 표현까지 했어도 K학생부장은 막무가내였다는 것이다.
L양은 마지못해 진술서를 작성했다. K학생부장은 이 진술서를 토대로 2015년 6월16일 제5차 학폭위를 개최하고 K교감(학교폭려위원회 위원장)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법률 제17조 제1항 및 제6호, 제8호, 제17조 제3항의 처분했다. 각각 출석정지 3일과 전학, 특별교육이수 5일을 요청하기로 의결한 것이다. 현재는 전남의 한 중학교로 전보 발령된 J 전 함평골프고등학교장은 이 처분에 최종 결재하고 도교육청에 보고했다.
K양의 아버지는 같은 해 6월22일 전남도교육청에 재심을 청구했고 7월3일 도교육청으로부터 '전학결정'을 취소하는 결정을 받았다.
함평골프고는 같은 해 7월14일 제6회 학폭위를 개최하고 두 학생에게 특별교육이수 4개월의 처분을 의결했다.
그러나 두 학생의 아버지는 이마저도 부당하다며 광주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피고(함평골프고등학교)는 이 사건의 회의 당시 원고들과 학부모의 참여를 배제해 학교폭력예방법 및 행정절차법상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점, 이 사건 처분 문서에는 원고들의 위반사실이 기재되어 있지 않는 점, 이 사건 자치위원회 위원인 학부모 대표 3명의 선출방식에 하자가 있는 점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은 징계절차상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또한 “원고들의 발언이나 행동은 서로 장난을 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것으로 그로 인해 L양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볼 수 없는 점, 원고들이 L양을 따돌림 한 사실이 없는 점, L양의 진술은 과장되거나 믿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부당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결했다.
문승용 기자 ms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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