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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보상·사과 쉬쉬…뻔뻔한 옥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8초

최대 가해기업 지목되지만 공식적 입장 표명 거부
검찰, 법인 고의 청산 및 연구보고서 조작 의혹 등 수사

가습기 살균제 피해보상·사과 쉬쉬…뻔뻔한 옥시 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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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정준영 기자] 국내에서 백여명의 사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의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 비난을 자처하고 있다. 유해물질이 포함된 살균제를 가장 오랜기간, 가장 많이 판매했지만 피해자 측의 사과 요구나 피해보상에는 입을 닫았다. 책임을 피하기 위해 법인을 고의로 해산하고, 유해성분을 입증한 연구결과와 부작용을 호소하는 소비자 신고 등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있다.

19일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사고와 관련, 사과 또는 피해보상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본사는 물론 회사 홍보담당자 조차 연락을 피하고 있는 상태다.


이 회사는 2011년 수면위로 드러난 가습기 살균제에 따른 사망사건의 최대 사망자를 낸 당사자로 꼽힌다. 역학 조사 결과 사망사건과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을 원료로 한 '옥시 싹싹 가습기 당번'을 2001년부터 판매했다. 판매량은 연간 수십만개에 달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자는 정부 집계로 140여명, 피해자 단체 집계로는 220여명 수준. 정부 집계 사망자의 70% 정도가 옥시의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건이 공론화 된 2011년 이후부터 옥시 측은 일관되게 '책임 회피' 작업에 착수한다. 회사를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해 설립등기를 했다. 기존 법인을 해산한 뒤 주주ㆍ사원, 재산, 상호만 두고 법인을 새로 세운 것이다. 검찰과 법원이 관련 사망사건에 대한 책임관계를 밝힌다 해도, 해산된 법인이 존속하지 않아 법인 차원의 처벌은 피할 수 있게 했다. 2014년에는 사명까지 바꿨다. 옥시를 완전히 빼버리고, 레킷벤키저의 스펠링만 딴 RB코리아를 간판으로 내세웠다.


피해자들 역시 옥시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 가족모임 공동대표는 "과거 영국 옥시 본사까지 찾아갔지만, 문전박대 받기 일쑤였다"면서 "가해 기업들이 공동 대책 마련을 위한 기구를 설립해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이번주부터 업체 관계자들의 소환 조사를 본격화한다. 첫 타깃은 옥시레킷벤키저다. 검찰은 옥시 측의 법인 고의 청산 뿐 아니라 PHMG성분이 유해하다는 연구 보고서를 조작하고 이를 은폐하려했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옥시는 이후 서울대·호서대 연구팀을 통해 결과가 정해진 '짬짜미 실험'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자사 입맛에 맞는 실험 조건을 주고 이에 맞춰 실험하는 대가로 각 연구팀에 2억5000여만원의 용역비를 지급하는 한편, 연구 책임교수 개인계좌로 수천만원을 자문료 명목으로 입금한 혐의다.


이밖에도 사건이 공론화되기 수년전부터 홈페이지 게시판에 가슴 통증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음에도 이를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옥시의 제품과 함께 PHMG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롯데마트(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PB상품), 홈플러스(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 PB상품) 등은 사과와 보상의 뜻을 밝히고 몸을 낮춘 상태다. 롯데마트의 경우 1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고 별도의 보상 전담 조직을 만들어 검찰조사가 마무리되는대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보상 작업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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