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폰 보상 프로그램 '꼼수' 논란

SKT·LGU+ "위약금 부담없이 새폰"
실제론 할부원금의 80% 가까이 내는 셈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이 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내놓은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이 '꼼수 마케팅' 이라는 지적이다. 업체들은 스마트폰을 18개월 동안 쓰고 반납하면 위약금 부담 없이 새 제품을 준다고 홍보하지만 실상은 스마트폰 할부원금의 70% 수준을 지불한 뒤 중고폰을 반납하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18개월 사용한 중고폰을 반납하면 잔여 할부금을 내지 않고도 새 폰으로 기기변경해주는 프로그램인 '프리미엄클럽'을 출시했다. 새 스마트폰을 구입한 후 18개월간 단말기 할부금(30개월 할부기준)과 월 보험료 5000원을 납부하는 조건이다.

LG유플러스도 지난달 28일 단말기 할부금 50%와 보험료 월 7000원을 18개월 동안 납부하면 남은 할부원금을 감면해주는 'H클럽'을 출시했다.

예컨대 프리미엄클럽으로 갤럭시S7 32기가바이트(GB) 모델을 59요금제로 가입하는 경우 가입자는 18개월간 55만4516원을 내야한다. 제품 가격 83만6000원에서 공시지원금(13만7000원)을 제외한 할부 원금은 69만9000원이다. 단말기 할부금 41만9400원과 보험료 9만원, 할부 이자(연 5.9%) 4만5116원이 청구된다. 할부원금 대비 79.3%를 내는 셈이다.

H클럽으로 같은 모델, 같은 요금제로 가입하면 18개월 간 50만6393원을 내야 한다. 제품 가격 83만6000원에 LG유플러스의 공시지원금은 15만8000원으로 할부원금은 67만8000원이다. 단말기 할부금 33만9000원, 보험료 12만8000원, 할부 이자 3만9393원이 각각 청구된다. 이는 할부원금 대비 74.6%다.

이처럼 이동통신사가 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을 출시하는 배경에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말기유통법)이 있다. 단말기유통법에서는 이동통신사가 단말기 지원금으로 최대 33만원까지 밖에 지급할 수 없다. 과거 이동통신사들은 이와 유사한 '프리클럽'과 '스펀지 제로플랜'을 출시했지만 우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지적 때문에 중단한 바 있다.

이번에는 중고폰 보상금을 보험사가 지불하는 방식으로 우회 보조금 논란을 피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단말기 할인 금액이 이동통신사 외 제3의 주체에서 나온 경우에는 문제 삼지 않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가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얻는 이득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이동통신사의 우회 보조금이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험료는 9만원, 12만8000원인 것에 비해 보상금액은 20만~30만원 수준이다.

SK텔레콤에서는 반납된 중고폰을 제휴 보험사인 메리츠화재가 가져가 지원금을 충당한다고 밝혔고, LG유플러스에서는 중고폰은 LG CNS 등에서 입찰을 통해 처리하는 한편 제휴사인 KB손해보험 측의 수익 구조는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