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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해외여행 '말'되네… 영어과외 받는 '50대 꽃누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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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해외여행 '말'되네… 영어과외 받는 '50대 꽃누나'들 (이미지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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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경기도 안양에 사는 가정주부 임모(57)씨는 매주 화요일마다 동네 엄마들과 함께 영어과외를 받는다. 5월에 떠날 미국 하와이 여행을 대비해서다. 최근 50대 주부들 사이에서 해외여행을 대비한 영어과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자녀를 키워놓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50대 꽃누나들이 늘면서 생긴 신풍경이다. 얼마 전 딸이 취업하자 임씨는 본격적으로 영어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 다녀온 유럽여행에서 입 한번 뻥끗해보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임씨는 "패키지여행을 가도 현지인과 말할 일이 생긴다"며 "요즘 애들과 달리 우리 엄마들은 영어로 말하는 것 자체가 어색해서 입이 안 떨어진다. 독일 성당에서 성수가 어딨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영어로 어떻게 말해야할 지 몰라서 답답했다"라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동네주민, 성당친구 등 4명의 엄마들은 그룹을 꾸려 과외선생님을 초빙했다. 장소는 영어학원이다. 학생들이 학교 가는 시간에 맞춰 빈 강의실을 이용해 수업한다. 학원에는 엄마들이 좋아하는 커피믹스도 항시 대기 중이다.


어머, 해외여행 '말'되네… 영어과외 받는 '50대 꽃누나'들 사진=영어수업하는 모습

영어수업은 1시간 반 동안 진행한다. 선생님을 포함한 5명은 주말에 있었던 일을 영어로 말하며 '입을 푸는' 시간을 갖는다. "My husband had cold last week(우리남편이 지난주에 감기에 걸렸어요)" 4명이서 돌아가면서 말하다보면 30분이 훌쩍 지난다. 이 날은 같이 수업을 듣던 한모(53)씨가 크로아티아 여행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하하호호 수업시간에도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입풀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여행회화 수업에 들어간다. 선생님이 나눠준 프린트로 상황에 맞는 영어표현을 배운다. 꽃누나들은 영어과외를 하나의 취미생활로 즐긴다. 자식 키우느라 못갔던 여행을 즐기기 위해 영어공부도 하나의 준비물이라고 생각하는 것.


1년 째 영어를 배우고 있는 "여행가서 쓸 생각을 하니까 영어과외도 재밌기만 하다"며 "새로운 것을 배우니까 또 즐겁고"라고 말했다. 손녀·손자 교육은 덤이다. 6개월 째 영어수업을 듣고 있는 정모(58)씨 "요즘은 꼬맹이들도 다 영어 공부한다 유치원에서도 영어배우고. 손녀가 가끔씩 '할머니 이거 뭐에요'라고 영어단어를 물어보면 이제 대답해 줄 수 있다"며 뿌듯해했다. 5년 째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는 장 올리비아(42)씨는 "3년 전만해도 여행회화를 공부하는 중년들이 10명도 안됐는데 tvN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가 방송되면서 최근에는 6~70명까지 수강생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즘에는 단순히 회화뿐 아니라 그 나라 문화나 현지인들이 잘 쓰는 표현 같은 것을 자세히 알고 싶어하는 주부들도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영어를 배우는 것은 한 번 여행을 가도 제대로 가고 싶은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며 "용기를 내고 시간을 투자해서 자기계발을 하는 것은 요즘 중년들의 새로운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업주부같은 경우는 그동안 학업에 소홀했기 때문에 본인 의지대로 공부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학원에 가면 더 교육효과가 생긴다. 또 '여행'이라는 실질적인 목표가 있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라며 "과도하게 지출하는 것이 아니라면 열정을 쏟을 곳도 생기고 긍정적인 현상이다"라고 평가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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