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정부가 보세판매장(면세점) 특허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고, 특허수수료를 매출에 따라 0.1~1.0%로 높이는 등 제도를 개선한 것은 국내 면세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특히 2020년 2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해외 면세점과의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특허기간 연장 등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또한 대형 면세점에 대한 특허수수료율을 대폭 높여 이를 관련산업에 재투자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일본·태국도 면세점 확대정책 추진= 현재 국내 면세점은 중소·중견기업 27개를 포함해 총 49개다. 이 가운데 시내 면세점 21개, 출국장 면세점 22개, 지정 면세점 5개, 외교관 면세점 1개 등이다. 시내 면세점은 서울 9개, 제주 3개, 부산 2개, 울산·창원·대전·대구·수원·청주·인천 각각 1개가 있다.
이들 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 수 증가에 힘입어 최근 10년간 매년 평균 15.1% 성장해 지난해에는 매출액 9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 1위 수준으로 전세계 면세점 매출의 12.3%를 차지하는 수치다. 유형별로는 시내 면세점이 67.2%, 출국장 면세점은 26.9%를 차지하고 있고,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이 87.3%, 중소·중견기업은 6.2% 수준이다.
국산품 매출액 비중은 37.0%로,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 비중은 12.8%에 불과하다. 하지만 후(Whoo), 설화수, 쿠쿠, MCM 등 국산 브랜드의 성장에 따라 매출액 중 국산품 비중은 지속적인 증가하고 있다. 국산품은 2011년 18.1%에서 2012년 19.8%, 2013년 22.6%, 2014년에는 31.0%로 올랐다.
면세점이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는 1만8000명에 이른다. 면세점 업체가 직접 고용하고 인력은 2500명(13.8%)이며, 1만5000명(86.2%)은 브랜드업체 파견직원 등 비소속직원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 면세점은 외래 관광객·매출의 증가 추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신규 진입 면세점과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은 경영 정상화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2014년 1420만명에서 올해 165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 1인당 지출은 2014년 347.4달러에서 지난해 339.3달러로 줄었다. 또 신규 진입 면세점과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은 명품 브랜드와의 협상에 어려움을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외 각국 정부의 지원도 많아졌다. 일본의 경우, 지난 1월 도쿄에 최초로 시내면세점을 설치하고,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태국은 비자발급 요건 완화, 소비세(30%) 폐지, 면세범위 확대 등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일본과 태국을 다녀간 중국인 관광객은 각각 110%, 71% 증가했다.
글로벌 면세점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 세계 5대 면세점의 매출 비중은 2010년 26.9%에 불과했으나, 2012년 30.1%, 2014년 33.4%로 높아졌다.
◆경쟁력 높이고 사회적 책임도 강화= 면세점시장이 급속도로 커지자 2012년 국회 등에서 소수 대기업이 사실상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특허기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됐다. 특허 갱신제도가 폐지되고,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참여도 확대했다. 중소·중견기업은 총 특허수의 30%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은 총 특허수의 60% 미만으로 제한됐다.
하지만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과도한 규제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특허기간 단축으로 사업의 연속성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종업원들의 고용 문제도 불거졌다. 폐점 예정인 SK워커힐과 롯데월드타워의 근로자 2122명 가운데 90% 수준인 1920명의 고용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면세점 내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도 개선했다. 지금은 신규 특허발급시 면적의 20%를 중소·중견기업 제품 매장으로 할당하고, 특허심사시 중소기업제품 판매실적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소·중견기업 매출비중은 11.0%로 매장 면적 비중(17.8%)에 크게 부족하다. 때문에 지역특산품 등과 같은 중소기업 제품의 판매가 촉진될 수 있는 유인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매출액 대비 0.05%(중소·중견기업은 0.01%)인 특허수수료율은 매출액에 따라 상향 조정된다. 지난해 특허수수료는 40억원 수준으로, 9조2000억원에 달한 면세점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적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수수료를 적당 수준으로 올려 관광부문에 재투자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다만, 경영 정상화 과정에 있는 신규기업, 영업이익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규모 면세점에 대한 부담을 고려해 매출구간별로 요율을 매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경영여건을 조성하고 경쟁적 시장질서를 만들어 면세점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뒀다"면서 "면세점 특허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한 것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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