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완벽주의자' '삼성 반도체의 얼굴' '반도체 1세대'….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칭하는 수식어는 많다. 하지만 권 부회장이 스스로를 칭하는 별명은 따로 있다. 바로 'CHO(chief health officerㆍ최고건강책임자)'.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무리하게 일하거나, 상사 눈치를 보느라 비효율적으로 업무시간을 늘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그의 고집스런 성향을 담고 있는 별칭이다.
권 부회장은 8년 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 '워크 스마트' 캠페인을 도입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당시 반도체사업부 사장을 맡고 있던 그는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헌신하는 임직원들의 비전ㆍ활력ㆍ자부심을 높이고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창조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반도체 명가로서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채찍보다는 당근'으로 조직을 이끌어가겠다는 자기 성찰적인 비전 제시였다. 결과는 적중했다. 삼성 반도체는 이후 성장세를 이어갔고, 지난해에는 반도체 부문에서만 12조원 이상의 영업 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권 부회장은 1985년 삼성반도체연구소에 입사하면서 '삼성맨'이 됐다. 16메가 D램과 64메가 D램 등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삼성전자가 약세를 보인 시스템LSI 부문에서도 기술 수준을 크게 향상시키는데 기여했다.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는 임직원들은 권 부회장의 이름을 들으면 '워크 스마트'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권 부회장은 틈날 때마다 "더 이상 워크 하드(Hard) 하는 시대가 아니다"며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똑똑하게, 효율적으로 일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일이 끝나면 여가 활동과 운동으로 건강을 챙길 것도 당부했다.
반도체 사업장에서 발생한 직업병 문제 해결에도 권 부회장은 발벗고 나섰다. 권 부회장은 2014년 5월, 반도체 사업장에서 직업병 논란이 시작된지 7년 만에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보상을 약속했다. 예방책까지 시민단체와 합의한 후 올해 1월 중순에는 피해 당사자와 가족들을 만나 위로의 뜻을 전했다. 10년 가까이 이어져온 논란은 이로써 매듭이 지어졌다.
가까이서 그를 지켜본 이들의 평가는 한결 같다. "직원들과 토론하기를 좋아하며,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밀어붙이는 추진력을 갖췄다." "사소한 것도 끝까지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집요함이 남다르다."
권 부회장은 요즘 고민은 삼성전자의 미래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핀테크, 모바일 헬스 등 융합 분야에서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방식으로 경쟁해야 한다"며 변화와 혁신을 역설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고민하는 권 부회장은 지난해 '연봉킹'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급여, 상여, 특별상여금을 포함해 총 149억5400만원의 연봉을 받으며 샐러리맨으로서 한 획을 그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