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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인물로 복기해보는 세기의 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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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인물로 돌아본 7일간의 희로애락


4명의 인물로 복기해보는 세기의 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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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 한진주 기자] 지난 9일부터 시작된 세기의 대국,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전쟁이 15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인간의 자존심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에 60억 인류가 이세돌 9단을 응원했다. 구글 측은 내리 3승을 한 알파고가 4국에서 패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7일간 진행된 이번 대국은 알파고의 승리(4대 1)로 끝났지만 이번 대국은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바둑으로 기록될 것이다.

◆'대마불사' 이세돌 9단


이세돌 9단은 AI의 이상한 수에 미소를 짓고, 검지를 까딱까딱하며 집 수를 계산했고, 대국이 풀리지 않을 때는 머리를 긁거나 얼굴을 찡그렸다. 불계패를 선언한 후 돌을 거둘 때는 손을 떨었다. AI와의 대결, 모두의 눈은 이세돌을 향해 있었다.


이세돌 9단은 대국 전까지만 해도 당당한 모습으로 알파고에 맞섰다. 4대 1 승을 자신했던 그가 알파고에 졌을 때 지켜보던 이들도 충격을 받았다. 그는 알파고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는 논란에도 개의치 않고 의연히 돌을 놨다. 그는 상황을 탓하지 않고 "나의 능력이 부족했다"며 결과를 받아들였다. 2국이 끝난 후 이세돌 9단은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후배들과 복기하며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이세돌 9단은 대국이 끝난 직후 패배의 쓰라림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간담회에 나와서 소감을 전했다. 3패 이후 이세돌 9단은 "내가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것은 아니다"는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그간의 압박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대목이었다. 그는 알파고의 약점을 찾아 1승을 거둔 후 흑으로 5국을 두겠다는 승부사 기질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제 알파고가 내준 숙제를 풀어야 한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대국 이후 인간의 창의력이나 바둑의 격언에 의문이 들었다. 알파고가 두는 수법을 보면서 기존에 알고 있던 것들이 정말 맞는지 의문이 생겼다"고 말했다.


4명의 인물로 복기해보는 세기의 대국



◆'꽃놀이패' 세르게이 브린


3국이 열리던 지난 12일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알파벳 사장)이 대국장을 찾았다. 덥수룩한 수염과 검은색 티셔츠와 검은색 바지 차림이었다. 국내 유수 기업의 경영진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그는 호텔 로비를 자유롭게 돌아다녔고 복도에서 만난 기자들의 질문에도 친절히 응했다. 대국이 끝난 뒤 서울 강남역 일대를 구경하기도 했다.


브린은 대학원을 다닐 때 바둑을 즐겼고 이번 대국을 직접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바둑은 체스보다 인간의 삶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해주는 미학적인 게임"이라며 바둑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그의 바둑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알파고의 대리 바둑을 둔 아자황 박사가 구글에서 가장 바둑을 잘 두는 사람(아마 6단)인 점을 감안하면 그의 바둑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4국이 끝나고 브린이 다시 등장했다. 이번에는 붉은색 티셔츠에 회색 후드집업 차림이었다. 그는 당초 4국을 관람하지 않을 계획이었으나 일정을 바꿔 이세돌 9단을 축하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그는 "모두에게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다. 흥미진진한 대국을 잘 치르게 돼 기쁘다"고 말한 뒤 이세돌 9단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는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이는 동양식 인사를 했다.


4명의 인물로 복기해보는 세기의 대국



◆'완생포석' 데미스 허사비스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대표는 이번 대국의 최대 수혜자다. 그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의 승리는 "달에 착륙한 것"이다. 그는 누구보다 알파고의 강력함을 알고 있었지만 알파고의 승리를 장담하지 않았다. "승률은 50대 50"이라며 겸손한 태도로 일관했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대국 내내 이세돌 9단을 세심하게 배려했다. 이세돌 9단이 3패한 날은 10주년 결혼기념일이었다. 그는 이세돌 9단 부부에게 꽃과 샴페인을 보냈다. 그는 이세돌 9단에게 대국 내내 존경심과 감사를 표했다. 5국이 끝난 뒤 허사비스 CEO는 "이세돌 9단에게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대국을 펼쳐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허사비스 CEO는 어릴 적 체스 영재였다. 17살 때 게임을 개발하고 이후 비디오 게임 회사 '엘릭서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이후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컴퓨터학을 전공했는데 바둑을 접한 시기도 이때였다. 그는 2010년 AI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딥마인드를 창업했다. 구글뿐 아니라 여러 기업의 러브콜을 받았다. 그는 'AI윤리위원회' 설립을 조건으로 내걸고 구글에 합류했다.


허사비스 CEO는 지난 7일간 알파고의 승리에 기뻐했고 이세돌 9단의 '신의 한 수'에 무너진 알파고를 보고 안타까워했다. AI의 미래를 보여준 허사비스 CEO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4명의 인물로 복기해보는 세기의 대국 이세돌 9단 / 사진=한국기원 제공



◆'대리기사' 아자황


알파고의 대리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자황 박사가 인류에게 던진 질문은 심각했다.


대만국립사범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아자황 박사는 2012년부터 딥마인드에 합류했다. 아마 6단의 실력을 자랑하는 아자황 박사는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를 대신해 이세돌 9단과 대국을 펼치는 역할을 했다. 이세돌 9단이 실제 바둑판에 수를 놓으면 컴퓨터에 이를 입력하고 컴퓨터가 놓은 수를 바둑판에 옮겨 놓는 게 그의 일이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알파고와 유럽 바둑 챔피언인 판후이 2단과 겨룰 때도 같은 역할을 했다.


이번 대국에서 AI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알파고의 '아바타', 아자황 박사는 미래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선 아자황 박사가 알파고로 오인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화장실을 한 번도 가지 않고 기계적인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는 아자황은 알파고를 대신해 국민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아자황 박사도 자신을 향한 전 세계인들의 시선에 부담스러워하고 속으로 괴로워하지 않았을까.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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