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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정체기 빠진 한국 정유 "사우디에도 밀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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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정제 설비 투자 전무…2012년 이후 제자리걸음
2015년 세계 순위 6위에서 7위로…사우디와 뒤바뀔 위기
개별 기업으로는 승산 어려워
내수시장·해외수출 늘릴 수 있는 정부 지원 정책 필요

성장 정체기 빠진 한국 정유 "사우디에도 밀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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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국내 정유업계가 성장 정체기에 빠져들었다. 지난해 원유 정제 능력 세계 6위였던 우리나라가 7위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추격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정유 4사는 영업이익 4조7926억원을 거뒀지만 정제 설비 투자에는 소극적이었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국내 원유 정제 능력은 제자리걸음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륨(BP)이 집계한 2014년 국가별 원유 정제 능력은 우리나라가 하루에 288만 7000배럴, 사우디는 282만 2000배럴이다. 6만5000배럴 차이는 SK에너지 울산 컴플렉스 하루 생산량의 7% 정도에 그치는 양이다. 사우디는 한해 평균 30만~40만 배럴씩 원유 정제 설비를 늘리고 있다. 2017년 완공을 목표로 매일 80만배럴의 정제유를 생산하는 정제시설도 건설 중이다. 이런 추이라면 사우디에 밀리는 것은 시간 문제다.


사우디가 원유 정제 시설을 증설하는 이유는 원유만 수출해선 더 이상 먹고 살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우디는 자체적으로 원유 수급을 할 수 있고, 원유 배송료도 들일 필요가 없어 가격 경쟁에서 유리하다.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제한적인 내수시장, 높은 원유 원가, 정부 정책 때문에 설비 투자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사우디 뿐만 아니다. 인도와 중국도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다. 2005년만 해도 일일 생산량이 우리나라(259만8000배럴)보다 뒤졌던 인도(255만8000배럴)는 10년만에 세계 4위 원유 정제국(431만9000배럴)이 됐다. 중국도 같은 기간 716만5000배럴에서 1409만8000배럴로 두배 가량 석유제품 생산 시설을 늘렸다. 장기적으로 석유제품 생산량의 50% 이상을 수출하는 국내 정유업계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내수시장을 늘리고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원철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기름값의 67%를 차지하는 유류세와 관련 "유류세를 내리면 원가를 낮춰 기업의 대외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출 정책 분야에 대해선 한ㆍ중ㆍ일 정부가 산유국들을 대상으로 원유를 도입할 때 가격 협상력을 키울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동은 여전히 원유수출국이란 지휘를 악용해 한ㆍ중ㆍ일에 더 비싼 가격으로 원유를 팔고 있다"며 "개별 사업자들끼리는 뭉치기 어려운 만큼 정부 차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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