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간의 경쟁이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28일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국내 은행산업의 시장경쟁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1990~2014년 국내 은행산업의 시장경쟁도를 보여주는 H-통계량이 0.6내외로 산출됐다.
H-통계량은 완전경쟁일 경우 1이 되고, 독점적 상황일 경우 0보다 작은 값이 나온다. 0~1 사이값일 경우에는 독점적 경쟁상황이라 본다.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H-통계는 1999~2008년 기간 중에는 0.5 내외 수준이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0.8 이상으로 크게 증가했다. 2008년 이후 국내 은행산업이 완전 경쟁 상태에 근접한 것이다.
서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합병과 더불어 공격적인 자체성장전략을 추진했고, 상호금융 등 비은행부문이 확대되면서 은행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경쟁이 격화된 데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서 연구위원은 기존에 국내 은행산업의 경쟁수준이 낮다는 인식을 토대로 강제적으로 가격인하를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대출금리가 균형가격 이하보다 낮을 경우 예상손실이나 자금원가에 못 미쳐 은행이 자금공급이나 서비스 제공을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은행이 낮은 대출금리를 부과할 수 있는 우량 고객층에만 대출을 집중하게 돼 쏠림행위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충분한 시장경쟁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형 은행 중심으로 시장지배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금융당국이 불공정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서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은행산업이 전반적으로 독과점이기보다는 완전경쟁에 가까울 정도의 시장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며 "시장지배력을 행사할 개연성 또는 정황에만 기초해 가격규제를 요구하거나 혹은 담합이 존재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자칫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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