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제가 작년에 총 1억을 벌었어요. 못 믿겠으면 한 번 제 통장 확인해보세요. 역시 내 자신과의 싸움인거죠! 어떤 일이든지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오늘은 후배님들 블로그 점검 요청 주신 부분도 해드리고 제작해드리고 있어요. 지난달 아이들 겨울방학에 고단했지만 틈틈이 일 해오면서 지난달 무려 한달에 5**만원 달성!!!ㅎㅎㅎ 아니 어디가면 저 받아주지도 않아요. 집에서 애들 보면서 일을 할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 만원 한 장에 벌벌 떨던 때가 있었는데... 초보라도 못 할 것 없어요!"
재택 아르바이트(알바)로 연봉 1억원을 달성했다는 내용을 담은 블로그 글이다. 평범한 가정주부 A씨가 집에서 어떻게 월 1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까. 비법은 클릭이었다. A씨는 하루에 몇 건의 제품 홍보 기사와 댓글, '좋아요' 등을 누르고 건당 돈을 받았다. 짧은 시간 한 번의 클릭으로 돈을 벌 수 있어서 '1초 알바'로도 불린다. 아울러 다단계처럼 특정 사이트에서 새로운 가입자가 마케터 추천을 하게 되면 보너스 수당이 떨어진다.
재택 알바는 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포털사이트 블로그, 카페 등에서 이뤄진다. 블로그나 SNS 계정·페이지에 제품 사용기 등을 올리면 최대 6000원, 자신의 사진과 함께 제품 인증샷을 올리면 2만~3만원, 좋아요·댓글달기·공유를 하는 경우 건당 80~100원 정도의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재택 알바 중에서 가장 어렵지만 수익률이 좋다고 꼽히는 것은 'CPA(Cost Per Action)'이다. 인기 블로그나 SNS에 올라 온 글을 보면 대개 한 줄짜리 링크 주소가 걸려 있다. 이를 클릭해 들어온 사람이 물건을 사면 판매 수익에 따라 정률적인 금액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자신이 쓴 글을 통해 온라인쇼핑 사이트에 접속한 다음 물건을 산 사람 1명당 3000원을 계약 조건으로 하루 30명이 샀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9만원, 한달에 270만원 가량을 벌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자 계정의 경우 화장품 협찬이 엄청 나다"면서 "홈쇼핑, 온라인쇼핑몰과 연계된 CPA로 인한 수익이 더 짭짤하다"고 말했다.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나 SNS의 팔로워가 많으면 광고 금액 프리미엄이 붙기도 하기 때문에 돈을 주고 좋아요나 팔로워(친구) 수를 늘리기도 한다.
재택 알바는 SNS 광고가 성행하면서 나타난 꼼수다. 광고보다 개인의 사용 후기가 더 믿을만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SNS를 통한 광고성 글들이 많이 게재됐다. 이러한 알바 자체는 합법이다. 댓글을 다는 과정에서 아이디 도용이나 해킹을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행위 자체는 처벌 되지 않는다. 완전히 허위 내용으로 작성한 경우에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지만 약간의 과장이나 허위가 허용되는 광고의 특성 때문에 문제 삼기가 어렵다.
과거 방글라데시에 있는 '클릭 농장'의 실태가 공개되기도 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013년 하루에 수천번씩 페이스북 좋아요를 누르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 살고 있는 노동자들을 보도했다. 어두컴컴한 PC방 같은 곳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하루 수천번씩 클릭을 하는 것이다. 좋아요 1000번씩 클릭할 때마다 받는 대가는 1달러였다. 비밀 유지를 위해 창문은 나무판자로 막아 놨다. 국내의 경우 컴퓨터 보급률이 높고 인터넷 친화적이기 때문에 집에서 이 같은 일을 아르바이트 형태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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