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한미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면서 동북아지역의 신냉전구도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북압박의 수단으로 '사드'라는 카드를 제시했지만 결국 대북압박에 참여할 주변국들과 등지며 '북ㆍ중ㆍ러 VS 한ㆍ미ㆍ일' 구도를 선명하게 그렸다는 것이다.
11일 국방부 관계자는 "이달 중 개최될 한미 공동실무단 회의에서 군사적 효용성, 적정 부지 등을 협의하고 오는 5월중에는 후보지역을 선정해 사드를 조속히 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은 지난 2014년부터 사드배치지역에 대한 사전조사를 실시해왔다. 주한미군기지가 위치한 경기 평택, 대구, 전북 군산 등을 후보지역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주한미군기지가 집중배치된 평택에 사드를 배치할 경우 수도권방어까지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국방부는 미군기지가 위치한 지역 외에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북핵ㆍ북한 문제에서 중요한 파트너인 중국과의 관계가 상당한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영유권분쟁을 두고 미ㆍ일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국 미사일방어(MD)의 신경망인 레이더를 배치한다면 한국은 미ㆍ중 패권 경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셈이고 '북ㆍ중ㆍ러 VS 한ㆍ미ㆍ일' 구도는 더 뚜렷해진다는 것이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를 단순히 미사일이나 레이더의 문제가 아닌 한ㆍ미ㆍ일의 '지역동맹화'로 인식하고 자국을 겨냥한 MD체계가 동아시아에서도 확대된다는 인식을 가질 것"이라며 "중국은 한국이 상당히 곤혹스러워하는 선택(옵션)들을 하나하나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에서 공들여왔던 한중관계가 사드로 인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3년 초 출범 이후 한중관계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한중간의 경제적 밀착에 더해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는 대북 영향력이 가장 큰 중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박 대통령은 일각의 '중국 경사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9월 미국의 우방 정상 가운데는 유일하게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지난달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대북제재에는 소극적인 반면 사드배치에는 강력 반발하면서 한중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 향후 중국은 동북아지역의 주도권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러시아와 북한과는 더욱 밀착하고 한중무역을 지렛대 삼아 한국에 경제보복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우리 군은 한ㆍ미ㆍ일 공조를 통해 군사적으로 북한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겠다는 입장이다.
한ㆍ미ㆍ일 3국 합참의장이 2014년 7월 1일 이후 약 1년 7개월 만에 11일 회의를 열고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3국 의장들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유엔(UN) 결의안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국제사회에 대한 심각한 도발행위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긴밀한 정보공유를 통해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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