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설날 아침이면 집집마다 보이지 않는 눈치싸움이 시작된다. 얼마를 줄까, 얼마를 받아야 하나. 과거에는 빨간 퇴계 이황님이냐, 파란 세종대왕님이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면 요새는 세종대왕님과 신사임당님의 대결이다.
내미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어색한 웃음과 함께 묘한 기류가 이어진다. 세뱃돈이 오고가면 긴장됐던 기류는 한순간에 풀리고 돈의 색에 따라 표정에 엇갈린 희비가 드러난다.
설날 적정 세뱃돈은 얼마일까.
설 연휴를 앞두고 '세뱃돈'을 대하는 태도는 연령별로 다르다.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이나 학용품을 살 수 있는 용돈 마련의 기회지만 빳빳한 신권으로 목돈을 내놓아야하는 성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자리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생각하는 세뱃돈 금액에서 '밀당'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선 세뱃돈을 받는 아이들의 예상 금액은 얼마일까. 초등학생들은 이번 설에 세뱃돈으로 직장인의 예상치를 웃도는 20만원 이상을 받을 것이라 예상했다.
초등 온라인학습 업체 와이즈캠프가 초등학생 21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날 예상되는 세뱃돈' 설문조사 결과 808명(37%)이 '20만원 이상'이라고 답했다. 이어 ▲10만~20만원은 498명(23%) ▲5만~10만원 410명(19%) ▲3만~5만원 210명(10%) ▲1만~3만원 142명(7%) ▲1만원 미만 87명(4%) 순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들은 그동안 받아온 세뱃돈 금액으로 20만~150만원까지 답해 편차가 컸다. 편차가 큰 이유로는 가족이나 친척, 친지들이 많거나 예비 초등학생일 때 많은 돈을 받는다고 답했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고액의 세뱃돈을 한번에 통장으로 입금해준다는 응답도 있었다.
그렇다면 세뱃돈을 '줄 사람'은 얼마를 생각하고 있을까. 직장인들은 미취학 아동부터 고등학생은 1만~3만원 수준,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은 4만~10만원이 세뱃돈으로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154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세뱃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 이하의 어린이에게는 '1만~3만원이 적당하다'는 응답이 74.5%로 가장 많았고 '5000원 이하'(14.9%)가 뒤를 이었다. 중·고등학생에게 적정한 세뱃돈 금액도 '1만~3만원'(55.5%)을 꼽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으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할 때에 비해서는 적었다. 대신 '4만~9만원이 적당하다'고 답한 사람이 34.7%로 높게 나타났다.
대학생 세뱃돈은 액수가 크게 늘었다. '4만~9만원'(41.0%)을 선택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10만원'(27.1%)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는 세뱃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응답도 17.1%로 나타나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4.4%)의 4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타깝게도 세뱃돈을 기대하는 아이들의 기대는 충족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들이 이번 설을 앞두고 준비하고 있는 세뱃돈 규모가 평균 16만9000원으로 20만원 이상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성별로는 남성이 20만9249원으로 여성(13만3884원)보다 7만5000원 가량 더 많다. 연령이 높을수록, 기혼자일수록 더 많은 세뱃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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