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정치인들에게 당적변경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한 순간의 선택이 지지자와 정치적 생명 모두를 잃게 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당적변경을 선택한 정치인들은 자신만의 소신과 명분이 있다고 항변한다.
한 때 차기주자로 거론되던 김민석 전 의원의 명분은 '정권재창출'이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02년 10월 국민통합21로 당적을 옮기면서 "삼김시대를 극복할 새로운 정치질서의 형성과 민주평화개혁세력의 대선 승리, 민주 정통성의 보존·계승을 위한 신당에 참여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한 언론과의 대담에서도 자신의 선택이 정권재창출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그때는 (정권재창출에 대해) 참 절박한 심정이었다. 이회창이 되면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했다"며 "진심이었더라도 이것이 정치공학으로 접근됐을 때 사람들의 분노를 몰랐다. 그때 제대로 배웠다"고 회고했다.
13번의 당적 변경을 거치면서도 살아남아 '피닉제(불사조 이인제)'라는 별명까지 얻은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명분은 '정치적 이상'이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이 아니었고, 대통령이 돼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려다보니 멀고 험한 길을 돌고 돌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탈당 명분은 '제3의 정치'였다. 그는 2007년 탈당 당시 "합리적 진보와 실용적 개혁을 주창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할 때가 됐다"며 "여야를 뛰어넘는 제3의 길이 우리정치에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손 전 대표는 2012년 대선에 도전하면서 보수·진보의 구도가 아닌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메시지로 유권자들의 긍정적 반응을 얻기도 했다.
반면 최근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긴 조경태 의원의 명분은 민심(民心)과 정체성이었다. 그는 최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가발전에 대해서 이바지 할 수 있는 일들이 과연 어느 정당을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라며 "지역주민들도 상당히 반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