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부채비율 400% 당장 맞추라는 건 아니다"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의 생존시계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채권단이 현대상선에 요구한 추가 자구안이 사실상 현대그룹의 운명을 쥐고 있는 것이다.
21일 현대상선 관계자는 "채권단이 수용할 만한 수준의 강도높은 자구안을 준비해 이달 안으로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부채비율을 400%로 낮추라고 한 것은 생존 가능 지표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당장 맞추라는 것은 아니다"면서 "자구안에는 자산 매각을 넘어 회사가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안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오는 4월과 7월 각각 1200억원, 2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내년 7월에 갚아야 할 부채는 3000억원이다.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말 연결기준 980%로, 부채총액은 6조3144억원이다. 자본을 늘리지 않은 상태로 부채비율을 400%로 맞추려면 부채를 4조원 가량 낮춰야 한다. 현대상선이 준비 중인 이번 자구안에는 벌크전용선사업 등 알짜 사업부 매각, 현대부산신항만 등 지분 매각, 공모사채 출자전환, 유상증자 등의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마련을 위해 벌크전용선사업을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에이치라인해운에 6000억원에 매각하기로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현금 1000억원에 5000억원 가량의 부채를 떠안는 방식이다. 이번 거래가 성공하면 1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마련하게 된다.
현대부산신항만 등 보유지분 매각안도 거론되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2010년 100억원을 출자해 현대부산신항만 지분의 50%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부산신항만은 지난 2014년 연결기준 256억원의 순이익을 내고 있는 알짜 계열사이지만 지난해 9월말 기준 장부가는 105억원에 불과하다. 현대아산, 현대엘앤알에 대한 추가 지분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대증권 매각은 지난해 10월 파킹딜 의혹으로 불발된 이후 시장 신뢰를 잃은 상황이라 당장의 재매각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 다른 방법은 유상증자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10월 임시주주총회에서 발행할 주식의 총수를 3억주에서 6억주로 변경하기로 결의하면서 유상증자를 위한 토대를 마련해 놓은 상태다. 현대상선의 현 발행주식 총수는 2억2349주다. 추가로 3억주를 발행한다고 가정할 경우, 2000원 후반으로 떨어진 현 주가 수준을 고려할 경우 9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현정은 회장의 사재출연 등을 포함한 3자배정 방식이 유력하다.
한편 현대상선은 해운업황 악화로 2011년 이후 5년 연속 영업손실과 4년 연속 누적결손 지속 등 재무구조 악화로 인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약정을 맺었다. 이후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LNG전용선 사업부문과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했고 이어 지난해 현대증권 매각을 추진했지만 불발되면서 유동성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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