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16일(현지시간)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과 관련해 부과해왔던 경제·금융 제재를 해제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날 이란이 핵합의안(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핵프로그램 제한 의무를 이행해 서방의 제재 해제 조건을 충족했음을 검증했고 이에 따라 미국과 EU가 경제·금융 제재 조치가 해제됐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BBC는 제재 조치 해제로 수 십억달러 규모의 이란 자산에 대한 동결 조치가 풀리고 이란이 원유를 세계 시장에 팔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때부터 이란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했다. 혁명으로 친미 정권이었던 이란의 팔레비 왕조가 붕괴되자 당시 미국의 지미 카터 대통령은 그해 11월 이란의 미국내 자산 120억달러를 동결하는 행정명령 12170호를 발령하면서 대이란 제재가 시작된다. 이후 미국은 이란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마다 제재 지정 대상을 확대했다. 미국은 이란을 고사시키려는 듯 우방에도 이런 제재에 동참하도록 압박을 가했다. 특히 이란 핵활동과 관련한 2010년 7월 포괄적이란제재법(CISADA)은 이란산 카펫, 피스타치오, 캐비어와 같은 특산품까지 수입을 금지했을 정도로 광범위했고 2년 뒤 국방수권법(NDAA)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됐다. EU 역시 미국의 제재에 동참, 이란의 핵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2012년 1월 이란중앙은행의 유럽내 자산을 동결하고 광물, 석유제품 거래를 중단했다.
제재 조치 해제로 이란은 2012년부터 중국과 한국, 일본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제한됐던 원유ㆍ석유화학 제품 수출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에너지 분야에 대한 외국의 투자가 허용되며 해운, 조선, 항만 분야와 자동차, 알루미늄·철강 거래에 대한 제재도 풀렸다. 국외에 동결됐던 원유 판매 대금 등 이란의 자산을 되찾을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이란 중앙은행을 포함한 이란 내 금융기관과 외국과 자금 거래도 다시 가능해 졌다. 다만 이란에 대한 무기금수 제재(5년)와 탄도미사일 제재(8년)는 일정 기간 유효하고 이란 혁명수비대와 밀접한 개인과 회사에 부과된 테러조직 지원 제재, 반인권 관련한 제재도 유지된다.
제재 조치 해제는 이란이 지난해 7월14일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핵협상을 타결한 지 6개월 만이다. 이란은 JCPOA에 따라 원심분리기 감축, 아라크 중수로 설계변경, 저농축 우라늄해외 반출 등 의무를 이행하고 이를 IAEA가 검증하면 그 대가로 미국과 EU는 이란에부과한 경제ㆍ금융 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핵무기 관련 대(對) 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란의 핵합의 이행은 핵프로그램에 대한 조건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글을 적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하지만 이란 핵협상을 반대해 온 미국 공화당은 즉각 반발했다. 공화당을 이끄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날 논평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의 제재해제 방침을 비판하고 "이란이 핵무장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제재 해제를 환영한다면서도 "이란에 대한 접근은 불신과 검증이 될 것이며 이란의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란 핵합의 이행은 중대한 이정표"라며 논평을 통해 환영의 뜻을 전했다.
제재 해제 발표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런 은총을 주신 신께 감사하며 위대한 인내를 발휘한 이란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영광스러운 승리를 축하하자"라며 기쁨을 나타냈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란은 핵무기 개발과 테러조직 지원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안보를 (이란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모든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비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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