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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몬스터]숨겨진 먹잇감 '종목' 발굴의 전설 월가의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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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로버트슨 타이거펀드 창시자

20년간 연평균 25% 수익 올린 헤지펀드 운영
스토리 있는 기업에 가치투자…잡스 불량하다며 애플株 전량 매도 하기도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국내 주식시장이 장기 박스권 국면을 이어가면서 투자종목 발굴이 투자의 승패를 가르고 있다. 시장보다는 견실한 투자 종목을 발굴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해온 줄리언 로버트슨(84) 타이거펀드 창시자의 투자법이 딱 맞아떨어지는 시기다.

로버트슨은 월가에서 전설로 통하는 헤지펀드 매니저다. 자산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수가 20명도 안되고 자산규모도 800만달러 안팎이던 조직을 20년간 100명 이상의 펀드매니저와 자산규모 210억달러 이상의 거대 조직으로 성장시키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로버트슨은 1980년 5월 헤지펀드 운용사 타이거 매니지먼트를 설립했다. 당시는 다우지수가 1966년 고점인 1000 수준에서 계속 하락해 800 중반 수준까지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던 시기였다. 펀드를 운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시장 환경이었지만 로버트슨이 5월 타이거를 설립해 연말에 공개한 수익률은 수수료를 제외하고 54.9%였다.

이듬해인 1981년 스탠다드앤푸어스(S&P),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한 해 수익률이 각각 -4.9%, -4.8%로 고꾸라졌지만 로버트슨의 타이거펀드 수익률은 19.4%로 돋보였다.


로버트슨의 투자전략과 스타일을 재조명한 서적들에는 그가 다른 헤지펀드 매니저들보다 뚜렷한 차이점을 나타내는 부분이 남다른 승부욕이라고 묘사돼 있다. 천부적인 승부근성과 자신의 일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능력이 최고 득점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1957년 뉴욕 소재 투자은행 키더 피보디 영업부 직원으로 처음 월가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22년간 갈고 닦은 영업 능력과 승부근성은 그를 최고의 헤지펀드 매니저로 만들었다.


그가 타이거펀드를 운용하면서 가장 중시한 것 중 하나는 종목발굴이다. 시장 전체의 향방을 예측하거나 판단하기보다 저평가됐지만 성장성이 높은 종목을 발굴하고 종목 리스크를 분석하는 게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데 더 수월하다고 판단했다. 로버트슨이 타이거펀드를 운용하면서 애널리스트들에게 뻔한 선택에서 벗어나 숨겨진 보물이 될 만한 종목을 찾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로버트슨은 한 두 명의 인맥만 거치면 어떠한 사람과도 전화연결이 가능할 정도로 풍부한 인맥을 자랑했고, 그 만큼 많은 회사에 대한 정보 수집 능력 또한 뛰어났다.


저평가 돼 있는 고 성장주를 찾아 발견하기만 하면 분야와 상관없이 매수했다. 시장이 붕괴하든 붕괴하지 않든 이 투자법은 변함없이 유지됐다. 특히 1987년 주식시장 붕괴를 경험하면서 그는 투자자들과 경쟁자들을 보며 이런 믿음을 재확인했다. 가치투자 전략을 추구한 로버트슨이 1980년부터 2000년까지 기록한 연평균 수익률은 25%에 달한다. 20년의 운용기간 중 마이너스 기록을 남긴 해는 단 3년에 불과했다.


그는 흔들리지 않는 스토리가 있는 기업 발굴 원칙을 중시했다. 스토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업 실적 등 보여지는 성과는 물론이고 경영방식, 경영진의 성격 및 태도 등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 들여다봤다.


로버트슨이 은퇴 이후인 2013년 10월 미국 경제방송 CNBC에 출연해 자신이 한 때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칭찬했던 애플 지분을 전량 매도한 이유를 설명한 사건은 당시 애플에 대해 호평 일색이던 월가를 충격에 빠지게 했다.


로버트슨은 당시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애플 주식을 전량 매도한 이유가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창업자겸 최고경영자(CEO) 때문이라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나쁜 사람이 장기적으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I just don't believe bad guys do well in the long run)."


로버트슨은 잡스의 전기를 읽고서 잡스를 무례한 인물이라고 판단, 매도 주문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업계의 큰손인 로버트슨이 애플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는 소식에 애플 주가는 출렁거렸다.


로버트슨은 투자 아이디어의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을 때만 그 대상이 가치가 있으며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킬 자격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스토리가 탄탄하면 주식시장 역풍이 불 때에도 그 아이디어를 포기하지 않았고 스토리가 간단하고 논리적이며 합당하기만 하면 그 스토리를 계속 믿었다. 하지만 스토리가 복잡해지거나 기본 스토리에 변화가 생긴다면 그도 믿음과 확신을 잃고서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포지션을 철회했다.


로버트슨은 '숏(short)' 전략을 잘 쓰기로 유명하다. 숏이란 수수료를 지불하고 증권을 빌려와 시장에 미리 판 후 가격이 떨어지면 그 증권을 다시 사서 원래의 소유자에게 돌려주는 매매기법이다. 증권의 매도가와 매수가의 차액에서 거래하면서 들어간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이 투자 차익이 된다.


로버트슨은 1994년 초 부터 해를 넘겨서도 이어진 구리 가격 급등세 속에서 다른 투자자들과는 대조적으로 '숏' 전략으로 맞섰다. 구리 시장이 비록 고공행진하고는 있지만 구리 수요ㆍ공급 상황을 토대로 보더라도 당시 구리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로버트슨은 과감한 구리 숏 베팅으로 1996년 5월 말 하루에만 3억달러가 넘는 차익을 봤다. 하루치 이익으로는 창사 이래 최대 금액이었다. 월가에서는 로버트슨의 투자 실력이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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