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이정민 기자] 연초 부터 코스피 1900선이 붕괴되면서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감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이미 중국 리스크 등 대외 악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외국인 매도 러시, 신저가 속출, 기업 실적 악화 등 하락장세의 전형적인 징후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올 첫 증시 개장 이후 11일 까지 6거래일만에 코스피지수는 3.4%나 하락했다. 낙폭 기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전날에는 종가 기준으로 4개월만에 코스피 1900선이 붕괴됐다.
다만, 다음날 개장과 함께 1900선을 바로 회복한 후 오전 10시 25분 현재 1899.50 까지 밀리면서 19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5.32% 급락했음에도 코스피는 상승세로 전환했다. 한국 증시가 중국 위안화 절하 충격에 내성을 보이며 글로벌 증시 대비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그렇다고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 우려에 따른 중국 증시 급락과 가파른 위안화 평가절하 속도가 국내증시 하락의 방아쇠를 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한 탓이다. 윤영교 LIG 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발 리스크가 연초 국내 주식시장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중국 경제성장 둔화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되기 전 까지는 국내 증시도 당분간 지금과 같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징후들도 보인다. 지난 4일부터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는 33개 종목이 종가 기준 52주 최저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코스피 1900선이 붕괴됐던 전날 장중에는 무려 51개사가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이탈도 계속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2일부터 전날까지 26거래일간 4조73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2008년 6월9일~7월23일(33일 순매도)과 지난해 8월5일~9월15일(29일 순매도)에 이은 최장 순매도 기간이다.
외국인의 매도 형태를 보면 지수 등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대형주 매도에 집중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가 모두 1조6940억원어치 순매도돼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순매도된 종목으로 꼽혔다. 포스코(3078억원), 삼성화재(1800억원), 현대차(1583억원), 현대모비스(1309억원) 등도 순매도 상위 종목에 올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업들의 실적도 좋지 않아 지수의 지속적인 하락을 위협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8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하는 기업들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업종 대표주인 현대차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한 1조7600억원으로 예상됐다.
올 1분기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존재하는 190개 상장사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0조7064억원으로 한달 전(31조2103억원)보다 1.61% 떨어졌다.
이에따라 증권가에서도 국내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며 당분간 반등하기 어렵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강재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1860까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돼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 변동성 장세가 1분기 중 지속될 것으로 보여 코스피 반등 시에도 기술적 수준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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