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무대 평정한 '골프천재', 지난 연말 Q스쿨 통해 재입성 "올해는 일낸다"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공부 끝, 올해는 골프에 전념."
'특급루키' 양자령(21)의 새해 다짐이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데뷔했지만 조건부 시드로 12개 대회 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결국 투어 카드를 날렸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퀄리파잉(Q)스쿨 공동 10위로 기어코 다시 풀시드를 확보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가 'US여자오픈 챔프'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 시즌 한국낭자군에 가세하는 유일한 유망주다.
아버지 양길수(55)씨의 권유로 6살 때 골프채를 잡은 '골프신동'이다. 2005년 "태국에 사는 천재 골프소녀"로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실제 1년 만에 공식대회에서 92타를 치는 천재성을 과시했고, 초등학교 4학년 때 드라이버로 242야드를 때려 장타력까지 곁들였다. 전 세계 아마추어대회에서 76차례나 우승을 차지했고, 15세였던 2010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는 최연소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양자령은 그러나 학업에 욕심이 있었다. 김효주(21)와 백규정(21ㆍCJ오쇼핑) 등 동갑내기 친구들과 다른 길을 선택한 이유다. 태국과 미국, 스코틀랜드,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뒤 미국 오클라호마대 금융학과에 입학했다. 3학년1학기까지 4.0만점에 3.8점을 받을 만큼 재능을 보였다. 언니인 양자경(25)씨 역시 2012년 옥스퍼드대 법대를 졸업해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프로가 됐지만 당연히 성적을 내지 못했다. 기대치에 부응하려는 압박감으로 오히려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고, 허리 부상이라는 악재가 겹쳤다. 3월 JTBC파운더스컵 공동 34위로 가능성을 보여준 게 전부다. 이후 11개 대회에서 '컷 오프'되는 최악의 성적표를 제출했다. 정신적인 지주 아버지가 옆에 없어 어려움이 더했다. 심장 질환으로 투병 생활을 했다.
올해는 그러나 자신감을 얻었다. 친구들과 달리 먼길을 돌아왔지만 시행착오를 통해 나름대로 내공을 쌓았고, 아버지의 건강이 많이 좋아져 올해는 마음 편하게 운동에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골프에 전념하기 위해 휴학까지 했다. 일찌감치 시즌을 접고 현재 국내에서 허리 디스크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허리가 좋아지는 대로 아이언 샷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 시즌 그린적중률이 51.1%에 그쳐 꼴찌(148위)를 차지한 아픔을 곱씹고 있다. 이달 중순 미국으로 건너가 마무리 훈련을 마친 뒤 다음달 3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코츠챔피언십에서 새 시즌을 시작한다. "Q스쿨을 통해 다시 올라온 만큼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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