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연속 자금 이탈…증시 급락·통화 하락 이어져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중국 발 증시 대폭락 사태로 연초 신흥국 금융시장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4일(현지시간) 미국, 유럽 증시가 급락세를 보인데 이어 중동·아프리카·남미 지역의 신흥국 증시도 대부분 하락했다.
이날 브라질과 멕시코 증시는 각각 2.8%, 2.13%씩 내렸다. 칠레,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증시도 일제히 떨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간 갈등이 더해진 중동 증시도 타격이 컸다. 사우디와 카타르 증시는 모두 2% 넘게 하락했고 터키와 러시아도 내림세로 거래를 마쳤다.
신흥국 외환시장도 출렁였다. 브라질 외환시장에서 헤알 가치는 오전에만 3% 넘게 폭락하다 2.18% 떨어진 달러당 4.034헤알에 마감됐다. 지난해 9월 이후 최저 주순이다. 터키 리라는 2% 내렸고 러시아 루블과 멕시코 페소도 하락했다.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키트 주크스 전략가는 "신흥국 통화가 아무리 싸다고 해도 사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보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신흥국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민간 금융기관들의 모임인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간 신흥국 채권 및 주식시장에서 310억달러(약 36조8280억원)의 해외자금이 순유출됐다. 채권시장으로는 400억달러가 유입됐지만 주식시장에서 710억달러나 빠져나갔다. 이에 따라 신흥국에서는 6개월 연속 해외자금 유출됐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지난해 하반기 전체로는 신흥국에서 460억달러가 사라졌다. 그마나 연간 기준으로는 410억달러가 유입됐지만 이는 2009~2014년 평균 2760억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IIF는 지난해 여름 중국 증시 조정과 위안화 전격 절하 등으로 하반기 들어 신흥국 자금이탈 규모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4일 발생한 중국 발 블랙 먼데이 사태는 신흥국의 자금 유출 현상이 올해도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를 낳게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초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은 이머징 마켓이 올해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던 일부 투자자들이 낙관론을 완전히 저버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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