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소비자물가 1%대로 반등…국제유가 추이 살펴야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유가하락이 'D(디플레이션)의 공포'를 키우고 있다. 통상적으로 국제유가 하락은 비용감소 효과를 가져온다. 물가가 떨어져 소비와 생산이 늘고 기업 투자 심리도 좋아진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전 세계적인 유효수요 부족 탓에 유가 하락에도 구매력 상승, 소비ㆍ생산ㆍ투자 증가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득(得)보다 실(失)이 더 클 수 있다. 국제유가 하락의 실 중 대표적인 것이 디플레이션이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1.0% 상승했다. 앞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0.8%대로 내려간 후 올해 10월까지 11개월 연속 0%대를 이어가다 이달에서야 '1%'대로 올라선 것이다. 11개월동안 유지됐던 0%대 물가의 주된 요인에는 국제유가 영향이 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3일(현지시간)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전날보다 0.18달러 내린 배럴당 31.8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4년 6월 30일(31.67달러)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다.
저유가로 인해 물가상승률이 꾸준히 떨어지면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된다. 최소한의 물가상승률이 뒷받침돼야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데, 저유가로 낮아진 물가는 경제 전반의 활력을 앗아갈 수 있다. 수출에도 걸림돌이다. 저유가로 세계적인 유효수요가 부족하게 되면 수출 단가가 떨어져도 수출 물량이 늘지 않는다. 특히 산유국의 '오일머니'가 빠져나가면 신흥국 위기가 대두된다. 세계 물동량이 감소해 우리 수출 기회도 같이 줄어들 수 있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실장은 "저유가는 소비자물가 하락의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 자체로 글로벌 경기침체와 수요 부족의 '결과'일 수 있다"면서 "유가하락으로 인해 산유국 경기가 나빠지면 글로벌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저유가 상황이 지속돼 물가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되면 경제주체들 사이에 심각한 자기실현적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 낮아져 마이너스값을 나타내면 이를 계기로 소비자들은 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고, 이는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어 일본식 디플레이션마저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국제유가가 공급축소로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어 일본식 디플레이션까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제유가가 내년 소폭 반등한다면 디플레이션 우려는 완화될 여지가 더 크다"면서 "다만 소비자들 사이에 디플레이션 기대가 형성돼 자기실현적 예언에 따라 물건을 사지 않고 기업도 생산이나 투자를 줄이게 되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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