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자동차 산업 역시 저유가 기조로 때 아닌 호황을 누렸다. 우선 SUV나 대형 세단과 같은 몸집 큰 차량의 판매가 늘었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11월말 기준 국내 자동차 총 판매량 163만대 중 SUV 판매량은 40만1100여대로 지난해 같은기간(30만4500여대)보다 10만대나 더 증가했다.
SUV는 세단에 비해 체격이 큰 차급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연비 탓에 기름값 부담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올 한해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고 레저 열풍까지 가세하며 SUV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신차 효과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기름값 부담이 적은 중소형차 출시보다는 SUV나 대형 세단 출시에 수요층이 더 민감하게 움직였다. 올 한해 판매 돌풍을 이끌었던 티볼리와 스포티지가 대표적으로 최근 현대차가 출시한 대형세단 제네시스 EQ900 역시 초기 판매량이 예상치를 뛰어넘고 있다.
내년 전망치도 밝다. SUV 예상 판매량은 45만대로 내수 시장 점유율 37%를 기록, 차급별 최다 판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신차 출시를 통해 SUV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자동차는 유로6 엔진을 얹은 대형 SUV 모하비의 부분변경 모델을 내년 2월 출시한다. 모하비는 고급 SUV 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출시 8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나온다. 르노삼성자동차는 QM5 후속 모델을, 쌍용자동차는 티볼리의 '롱바디' 버전을 각각 내놓는다.
수입차도 비슷한 전략을 내놨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내년 SUV의 판매 확대를 기조로 SUV 라인업을 확대한다. 올해 벤츠의 SUV 판매량은 7%였지만 내년에는 두 배로 늘리는 게 목표다. 내년 1월에는 뉴 GLE와 뉴 GLC 모델을 출시하고 하반기에는 S클래스 플랫폼의 SUV인 GLS와 GLE 쿠페로 SUV 라인업을 확충한다.
반면 고유가 시대에 인기를 끌었던 중소형차 시장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중형차의 경우 르노삼성의 탈리스만, 한국GM의 신형 말리부 등의 신차 출시에도 내년 시장점유율은 13.5% 정도로 예상됐다. 소형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아이오닉, 신형 i30 등의 출시에도 내년 점유율은 15.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 관계자는 "레저 문화 확산으로 SUV 수요는 당분간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라며 "소비 양극화와 저유가 기조 역시 SUV와 같은 대형차 수요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전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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