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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저유가]'글로벌 지갑'붕괴, 수출시장 '쩐'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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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올해 중동 지역에서 발주 공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인력과 비용을 들여 입찰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차일피일 미뤄지더니 이제는 발주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올해 해외 건설 수주 실적은 461억달러로 지난해 660억달러에 비해 30%가량 줄었고, 특히 중동 지역 수주액은 절반가량 급감한 165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산유국의 재정수지가 악화되면서 발주를 취소하거나 연기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로 벌어들인 ‘오일머니’는 7000억달러 규모였는데 올해는 절반이나 줄어들 것으로 추산되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의 올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속되는 저유가가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강달러’는 이미 시장에서 충분히 예견돼 왔으며 오히려 한국은행이 내년에 추가 금리 인하를 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현재 예상되는 (미국 금리) 인상 수준이나 속도라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다.

그에 비하면 저유가는 직격탄이다. 일반적으로 기름값이 떨어지면 한국처럼 비산유국이면서 수출 위주 경제구조인 국가에게는 호재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중동 부자 국가들의 지갑이 닫히는 직접적인 악재 외에도, 중국의 성장 정체를 비롯해 세계적인 수요 위축이 가져온 결과가 저유가 상황이라는 점이 수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싼 기름값을 이용해서 수출을 늘리려고 해도 여의치 않은 것이다.


주요 연구기관들이 내년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면서 주된 근거로 삼는 것이 저유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두바이유 기준으로 내년 연평균 배럴당 가격이 45달러 안팎으로 올해에 비해 12%가량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전제로 내년 한국 경제는 “내수가 완만하게 회복되는 반면, 수출은 부진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도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출단가 역시 하향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며 “러시아, 사우디 등 산유국 수요 부진으로 자동차 수출 역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수출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마저 세계적인 수요 감소로 단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지난 1~2년 사이 설비 투자 확대로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입 역시 크게 줄어들면서 경상수지는 흑자를 보이겠지만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산유국들이 재정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신흥국들을 비롯해 각국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금융시장에도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금융시장 불안 요인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원유 수출 감소로 인한 재정압박으로 산유국 국부펀드는 자산을 회수할 수밖에 없다”며 “저유가의 부정적 영향이 투자심리 악화 등 전체 주식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LG경제연구원은 “G2 리스크로 신흥국 취약성이 높아진 가운데 원자재 가격 약세가 내년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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