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총괄회장 넷째 여동생, 성년 후견인 지정 신청
법원 판단에 따라 롯데가 분쟁 향배 바뀔 수도
주요 재판 이번 주 잇따라 예정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김재연 기자]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이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요청하면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도 새국면을 맞게 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그룹 개혁을 위해 앞장서고 있고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차츰 입지가 좁아드는 형국이다.
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인정할 경우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도 종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판단이다. 또 현재 진행중인 일본과 롯데에서의 소송 결과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신 전부회장이 싸움을 내걸 동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룹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1일 호텔롯데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데 이어 22일에는 신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롯데월드타워 상량식도 진행한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해를 넘겨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법원의 결정에 따라 지루했던 형제간 다툼도 끝이 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상태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관건=신 총괄회장의 넷째동생인 신정숙씨가 성년 후견인 지정을 신청하면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향배도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성년후견심판은 질병ㆍ장애ㆍ노령 등의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운 사람에 대해 법원이 '피성년후견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 민법에서는 가정법원이 피성년후견인을 선고한다.
신정숙씨는 법원에 제출한 신청서에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 대상으로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ㆍ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ㆍ신동빈 롯데그룹 회장ㆍ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을 모두 지목했다.
신정숙 씨가 중립적 입장에서 성년 후견인 지정을 신청한 것인지 아니면 신 전 부회장측이나 신 회장측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후견인 지정을 신청한 것인지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힘의 무게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단 신정숙 씨가 신격호 총괄회장의 후견인 지정을 신청한 것은 '오빠의 정신이 건강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 전 부회장의 그동안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롯데그룹은 이번 주 한국과 일본에서 재판이 예정돼있다. 23일 신 전 부회장 측이 제기한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의 세번째 심리가 예정돼 있다. 앞서 롯데그룹이 신 전 부회장 측이 요청한 회계 자료의 상당수를 이미 넘겨줬다고 밝힌 만큼 이 자료를 검토한 신 전 부회장 측의 입장이 밝혀질 전망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이 자료에 문제가 없다고 인정할 경우 가처분 신청 소송 자체가 기각될 수도 있다.
오는 25일에는 일본 법정에서 '신 총괄회장 해임 무효소송과' 관련한 심리가 열린다. 지난달 26일 일본 롯데홀딩스가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 문제를 제기한 후 열리는 첫 심리다.
법원이 후견인 대상 신청서에 명시된 5명 모두를 후견인으로 지목하거나 이중 한명만 지목할 경우 신 전 부회장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뜻을 앞세워 한국과 일본에서 진행하고 있는 법적 싸움에 명분을 잃게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롯데의 주인은 나…갈 길 가는 신동빈=반면 신 회장은 그룹 현안 챙기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롯데그룹은 21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며 예정된 기업공개(IPO)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1분기까지 호텔롯데 상장 작업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이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그룹 개혁의 시작이 되는 만큼 내년 1분기 안에 이 작업을 끝내라고 임원진들을 독려하고 있다.
또 22일에는 신 총괄회장의 숙원 사업인 롯데월드타워 상량식 행사에도 참석한다. 상량식은 롯데월드타워 건설이 마무리 됐음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자리다. 신 회장이 직접 참석하는 것은 그룹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점을 널리 알리는 효과도 있다.
신 회장의 이같은 행보는 경영권 분쟁 이슈를 일으키며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사태에 불을 붙인 신 전 부회장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 사안과 거리를 두면서도 그룹 주요 현안을 챙기며 신동빈 1인 체제의 안정성을 대내외에 강조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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