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내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15일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하지만 여야의 힘겨루기로 선거구 획정안이 확정되지 않아 예비후보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또 16일만 더 지나면 현행 선거구가 모두 무효화 되는 초유의 사태를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번 총선은 유례없는 혼돈의 레이스가 예고되고 있다.
특히 분구·조정 대상 지역구 예비후보들은 총선과 경선을 향한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지만 어느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지 경기장도 정해지지 않은 '깜깜히 선거'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서울 중구에 도전장을 던진 새누리당 소속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시험범위를 모르는 시험지를 받은 기분"이라고 전했다. 중구는 인근 성동지역과 합구가 예상되고 있지만 성동갑에 붙을지 아니면 성동을에 붙을지 몰라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현역의원과 당협위원장에 비해 정치신인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현행 제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 예비후보는 "현역의원과 당협위원장은 볼 수 있는 당원 명부도 아직 보지 못했다"며 "같은 조건이라면 감내하고 가겠지만 이건 불공정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인천 연수구로부터 분구가 예상되는 송도에 도전장을 던진 새누리당 소속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은 "어느 지역이 포함 될지 몰라 세밀한 선거운동보다는 지역행사에 모두 참석해야하는 깜깜히 선거"라고 지적했다. 독립 선거구가 예상되는 송도의 경우 송도만으로는 인구수가 부족해 연수구의 몇몇 동이 편입될 예정이지만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아직 명확히 결정되지 않아 예비후보들의 혼란을 부르고 있다. 이러한 혼란은 투표를 해야 할 주민들에게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민 예비후보는 "지역주민들이 어디로 나오는 거냐, 누구랑 붙는 거냐는 질문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신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 같은 현역 의원들도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이다. 역시 인천 연수구의 송도로 출마를 준비 중인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은 "선거구 획정이 안 돼 연수구 전체를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는 판"이라고 말했다. 정당 후보자를 선출해야 하는 당원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민 의원은 "경선에 참여해야 하는 당원들도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특히 지역기반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럽다. 구의원과 시의원은 본인이 어느 선거구로 편입될지 몰라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선관위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선관위 관계자는 "예비후보자가 등록한 선거구가 분구가 되면 다시 선거구를 선택해 등록해야 한다"면서 "만약 다시 등록한 선거구에 지역사무소가 없으면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아직 부칙이 결정되지 않아 선거구 획정이 확정되고 난 뒤 정확한 사항이 결정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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