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국회는 73일간의 심의를 거쳐 정부원안에서 3000억원을 삭감한 386조4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뜻하지 않게 깍인 예산과 억지스럽게 늘린 예산이 있다.
전체 예산상의 변동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ㆍ지방행정 비용과 국방예산이 삭감되고 총선을 염두에 둔 복지와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이 늘어났다.
{$_002|L|01_$}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일반ㆍ지방 행정 예산이 1조3584억원, 국방예산도 1544억원 줄었다. 정부 예비비 역시 1500억원 삭감됐다. 반대로 늘어난 예산은 사회복지 예산 4733억원, 교통물류 예산 386억원이다. 농림수산 예산도 781억원 늘었으며 공공질서와 안전에 해당하는 예산도 409억원 가량 증가했다. 대체로 부처 일반 경비를 깎아서 지역구 예산을 늘린 셈이다.
가장 억지스러운 대목은 SOC 관련 예산이다. 예산심의 과정에서 논란 대상이었던 대구ㆍ경북(TK) 예산의 경우 원안이 유지됐다. 당초 국토예산부 편성 예산에 비해 기획재정부 심의 과정에서 5593억원이 증액되면서 TK편중을 지적받았다. 예산 심사과정에서 지역 형평성을 이유로 야당 의원들이 삭감을 요구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다른 지역의 SOC 예산을 늘렸다. 호남과 충청 지역 SOC 예산이 1200억원 가량 증가했다는 것이 여야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TK 예산의 경우는 예산 편성 단계에서, 호남ㆍ충청은 국회 심의 단계에서 예산을 늘렸다.
주요 사업들을 보면 보성-임성리 철도(호남)의 경우 당초 예산은 250억원이었는데 심의과정에서 500억으로 늘었다. 서해선 복선철도(충청)는 1837원에서 500억원 늘어난 2337억원이 편성됐다. 사상-하단 지하철(부산)의 경우에도 당초 449억원이 편성됐지만 100억원이 늘어난 599억원으로 결정됐다.
전통시장 지원 명목으로 한국형 블랙프라이데이 지원 예산이 당초 10억원에서 40억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명목으로 온누리상품권 발행수수료를 280억원에서 372억원으로 증가시킨 것도 눈길가는 대목이다.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탈탐사 예산도 당초 1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두 배 늘었다.
연례적으로 국회가 편성하는 여름과 겨울철 경로당 냉난방비ㆍ양곡비 지원 예산도 301억원 증가했다. 당초 정부 예산안에 없었지만 매년 국회가 예산을 편성해 지역구에 생색을 내는 예산이다.
당초 대거 삭감을 약속했던 특수활동비는 소폭 삭감에 그쳤다. 대법원에서 3000만원, 감사원에서 8000만원 가량 줄였을 뿐이다. 국회의원들의 세비는 여야의 약속대로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삭감됐다. 국회 전체 인건비 2781억원 가운데 8억9200만원 줄었다. 당초 여야가 약속한 세비 3% 철회가 이에 해당하는 돈이다.
방위사업청 예산의 경우 대거 삭감됐다. 소해함2차, 사단정찰용UAV, 신세기함UAV능력보강, 425사업(R&D), 군전술종합정보통신체계(TICN), KF-16 전투기 성능개량 예산 등 예산 800억원 가량이 삭감됐다. 이외에 대통령 관심사업으로 지목됐던 나라사랑 정신 계승ㆍ발전 예산은 10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줄었다.
한편 국회는 예산심사를 통해 3000억원의 정부 예산안을 순삭감해 재정건전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최근 5년 사이 국회 삭감 예산가운데 가장 적은 금액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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