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여야가 3일 새벽까지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던 내년도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예산에 3000억원의 예비비를 편성했다. 이는 지난해(5064억원)와 같은 '우회지원' 방식이며 금액만 2000억원가량 줄었다. 시간에 쫓긴 여야가 누리과정 재원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없이 일부 재원을 국고에서 보조하는 땜질식 처방만 되풀이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 협상 막판까지 누리과정 예산 부담 주체와 지원 규모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여왔다. 야당과 지방교육청은 누리과정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 때문에 부족분인 2조원 규모의 예산을 국고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누리과정의 예산 국고 지원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지방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사업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교육부는 최근 지방교육청이 누리과정을 의무편성(의무지출경비 지정)하도록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여야는 '정치적 절충안'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양측의 지루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며 협상에 진전이 없자 여당은 목적예비비 3000억원을 우회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2조원 예산 지원을 주장하던 야당은 지난해 수준인 5000억원대를 요구하다 결국 3000억원에서 합의를 봤다. 여야의 합의에 따라 정부는 학교환경개선사업 시설비 지원 명목으로 목적예비비 3000억원을 편성해 학교 재래식 변기 교체, 찜통교실 해소 예산으로 사용하고, 지방교육청은 여유가 생긴 예산을 누리과정 예산으로 사용하게 됐다. 이에 따라 부족한 누리과정 예산은 지난해처럼 지방채 발행으로 메우게 됐다.
문제는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도 임시 처방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당은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이 명목상 목적예비비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회 예결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올해 같은 경우 지방교육청의 세수 증대로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이 금액은 목적예비비로 지원 하는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반면 야당은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은 우회지원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에 반대표를 던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3일 본회의 직후 "누리과정 예산이 1원도 반영되지 않은 것은 크게 유감스럽다"면서 "개인적으로 내용면에서 원내대표부의 합의내용에 찬성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내년에도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여야 간 공방전이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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