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정부 추가 소송 소식에 벌벌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건설공사 입찰 담합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건설사를 상대로 연이어 입찰 담합에 따른 손해보상 소송을 청구하고 있다. 앞서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국책사업의 걸림돌이 될 수 있고 해외공사 수주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관급공사 입찰참가 제한을 풀어준 지 불과 석 달 만이다. 건설업계에선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27일 1100여억원대 포항영일만항 남방파제(1단계 1공구) 축조 공사입찰의 담합 행위에 대해 11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이달 들어 1900여억원 규모의 포항영일만항 외곽시설 축조공사 입찰 담합을 두고 수주업체와 들러리업체에 낙찰금액의 7%에 해당하는 134억원을 물어내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추가로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건설사들은 215억원에 달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데 이어 100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마저 추가로 제기당하며 사면초가에 몰렸다. 특히 발주처의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직접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는 사실에 건설사들은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법무부 내 국고손실 환수송무팀이 공식 출범하면서 정부의 소송이 더 확대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담합이라는 원죄가 있어 정부의 손해배상 청구를 부당하다고 말할 순 없는 처지"라면서도 "지난 광복절 사면으로 숨통이 트이는 줄 알았는데 이번 조치는 그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건설사들의 숨통을 조이는 처사"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지난 8월 정부가 관급공사 입찰참가 제한과 영업정지, 업무정지, 자격정지, 경고 등의 처분을 해제하며 숨통을 틔웠다. 국가 등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건설공사에 입찰 자격이 있는 건설 관련 업체 2008곳과 소속 기술자 2200명이 혜택을 봤다. 이미 부과한 과징금이나 건설사 임직원의 구속 등은 되돌려지지 않았지만 입찰참가 제한 등이 풀리며 해외 건설공사 수주영업 과정에서 외국 건설사들의 집중적인 견제에서 벗어나게 된 셈이다.
하지만 정부의 손해배상 소송은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의 우려는 정부의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어느 선까지 확산 되느냐 여부다. 이미 법무부가 이달 중 공공입찰 부당수익금 반환을 위한 세 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 수주영업담당 임원은 "국고손실을 위한 전담팀이 꾸려진 만큼 이번 손해배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경영상의 부담이 크다는 것 이 외에도 해외 수주영업에서 또다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광복절 특사 효과가 크게 반감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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