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코롤라에 독일제 충돌방지 부품 사용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자회사의 부품 공급 독점 전통을 깬 도요타의 혁신이 일본 재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도요타는 그동안 자회사인 덴소의 부품만을 써왔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신형 코롤라를 선보이면서 독일 콘티넨탈이 만든 충돌방지 부품을 사용했다. 도요타는 코롤라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에서 2017년 말까지 판매하는 자동차에 이 회사의 부품을 확대 도입할 예정이다.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은 "세계 자동차 산업의 경쟁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며 "도요타도 바뀌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도요타의 이 같은 시도에 대해 일본 자동차 부품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당장 일본의 부품업체들은 콘티넨탈이나 보쉬처럼 강력한 독일 부품업체들과 경쟁해야만 할 처지이다.
한때 부품 공급업체들은 일본 자동차 경쟁력의 기반이 된다고 여겨져왔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무인운전, 안전장치 등 차세대 자동차 소프트웨어 기술과 연관된 부문에서 뒤처진다는 평가다. 대형 자동차업체들에게 부품을 독점 공급하는 '게이레츠(系列ㆍ계열)' 시스템이 혁신을 발목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 도요타는 일본 빅3 자동차 중에서 게이레츠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는 유일한 업체다. 게이레츠 시스템을 유지하며 덴소 등 부품계열 자회사들이 독일 보쉬 수준으로 부상할 수 있게 지원했다.
덴소는 최근 회계연도 기준으로 358억달러의 매출을 기록, 보쉬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덴소의 매출 절반은 도요타에서 나온다. 보쉬나 다른 독일 부품기업들이 다양한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번 변화로 인해 도요타도 근본적인 변화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울리케 샤데 캘리포니아대학 일본경제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도요타의 변화는 일본 내에서 일어나는 변화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동차 업계 컨설턴트인 메리얀 켈러는 "일본에는 구글이나 애플, 우버 등의 기업처럼 자동차의 미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 주는 기업이 없다"며 "도요타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자동차 기업들은 이미 게이레츠 시스템에서 탈피해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닛산이다. 2001년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되면서 게이레츠 체제를 무너뜨리고 파산 직전의 닛산을 살려냈다. 혼다자동차 역시 부작용을 감수하고 해외 부품업체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도요타 내부에서도 자성론이 일고 있다. 도요타 계열 브레이크 부품업체인 어빅스의 사장인 오기소 사토시는 "자동차는 점점 첨단기술과 복합기능을 갖춰 가고 있다"며 "도요타와 계열사들이 최신정보를 얻지 못하고 내부에만 갖혀 있다면 생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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