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한 대학 전문 방송 채널이 '황당 면접' 몰래카메라 프로그램을 기획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피해학생들이 법적으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사건의 경우 촬영동의를 얻기 위한 내용 자체가 거짓이 된다. 동의 없이 촬영한 경우 초상권침해에 따른 인격권 침해를 주장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위자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방송이 안 될 경우에는 취업알바 알선을 거짓으로 광고했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그 과정에 임한 사람들의 정신적 피해보상을 고려해볼 수 있다"면서도 "물질적인 피해를 구체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워 소송비용이 더 들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결국 피해학생들은 구직의지를 이용당하고 수치스러운 면접까지 봤지만 제대로 된 피해보상을 받기가 애매한 상황인 것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경기도 한 대학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자신의 친구가 몰카 프로그램의 희생양이 됐다는 제보가 올라왔다.
해당 방송은 "뉴질랜드 알바 체험을 가는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며 학생들의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면접 당시 무리한 요구가 이어졌다. 면접관들은 한 여학생에게 "뉴질랜드 양 흉내를 내보라"며 엎드리게 하고, 다른 학생에게는 "양털을 깎는 시늉을 하라"고 시켰다. 면접관은 "양은 털을 깎으면 울지 않나?"라고 물으며 양 울음소리까지 내게 했다.
또 쌀 포대를 들고 "뉴질랜드에 가고 싶다"고 외치며 뛰어다니게 하고 학생들끼리 랩 배틀까지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황당한 요구에도 참가 학생들은 뉴질랜드에 가고자 하는 꿈을 위해 열심히 참여했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은 거짓이었고 '몰카극장' 이라는 이름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을 위한 것이었다. 면접관은 모두 연기자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면접이 끝나고 제작진이 "이 상황은 모두 연출된 것"이 라고 밝히자 수치심에 그 자리에서 우는 여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이 "방송에 나가는 것을 원치 않으니 편집해 달라"며 항의했지만, 제작진은 "단체샷의 경우에는 얼굴을 빼줄 수가 없다"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30일 캠퍼스TV 양승규 편성제작본부장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했다. 양 본부장은 "해당 촬영분 및 관련 자료를 폐기하고 담당PD 교체 및 프로그램 폐지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또 "피해 학생에게 진심 어린 용서를 구하고 적합한 보상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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