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이 소속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심의 개시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지난 27일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고 28일 밝혔다.
민변은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법무부가 심의 절차를 밟지 못하게 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했다.
이는 서울중앙지검이 "장경욱ㆍ김인숙(이상 민변 소속) 변호사를 징계해달라"며 제기한 '이의 신청'을 법무부가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1월 장경욱ㆍ김인숙 변호사가 국가보안법 사건 등의 피의자에게 진술 거부 또는 혐의 부인을 요구했다는 이유(변호사 품위 유지 및 진실 의무 위반)로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 회장에게 이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창우 대한변협 회장은 두 변호사가 정당하게 변론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검찰의 징계개시 요구를 기각했다.
검찰은 지난 2월 규정에 따라 대한변협 징계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했으나 이 또한 기각됐다. 같은 이유였다.
그러자 검찰은 법무부에 다시 이의신청을 했고, 법무부는 지난 7월 "대한변협 징계위원회가 사실관계를 충분히 심의하지 않았다"며 장ㆍ김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 결정을 내리고 이 사실을 약 석 달 뒤에 당사자들에게 통보했다.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는 조만간 본격적인 징계심의 절차에 들어갈 방침이다.
쟁점은 '검찰이 법무부에 징계개시를 신청하는 행위나 법무부가 이를 받아들이는 행위가 정당한 지' 여부이고, 관련 규정은 법무부에 대한 검찰의 '이의제기' 근거가 되는 현행 변호사법 제100조 1항이다.
이 조항은 "변협 징계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불복이 있는 징계혐의자 및 징계개시 신청을 한 지방검찰청 검사장은, 그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과 관련해 민변은 소장에서 "(검찰이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징계절차가 개시된 이후의 '징계결정' 혹은 '(심의를 통해) 징계를 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에 대한 규정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장ㆍ김 변호사 사례는 징계절차가 개시되지 않고 개시신청 자체가 기각된 것이므로 검찰이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하는 건 권한을 벗어난 것이며 신청을 받아들인 법무부 결정 또한 무효라는 얘기다.
법무부는 "대한변협이 사실관계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있어 이의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변호사단체들은 한목소리로 검찰과 법무부 결정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뜻을 표하고 있다.
대한변협은 "검찰은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할 수가 없다고 이미 판단을 내린 바 있다"는 뜻을 밝혔다.
국가 기관에 대한 변호사들의 감시와 견제, 비판 기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이하 서울변회)는 민변이 신청한 재판이 시작되면 검찰과 법무부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키로 했다.
김한규 서울변회 회장은 "변호사가 피의자로 하여금 묵비권을 행사토록 하거나 혐의를 부인하도록 조언하는 것을 징계사유로 보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변호 과정에서 통상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또 "일본의 경우 변호사의 변론 과정상의 행위나 자질 문제와 관련해서 국가기관이 변호사를 징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이미 우리 대법원도 판단을 내렸듯이, 진술거부권 등을 행사토록 조언하는 건 정당한 변론행위의 범주에 든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변 내부에선 '장 변호사가 간첩사건 증거조작 사실을 밝혀내고 일부 피의자의 간첩혐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자 법무ㆍ검찰이 보복성 징계절차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쟁점이 된 변호사법 제100조 1항에 관해선, 양 측의 주장 모두 따져볼 여지가 존재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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