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 따라 매월 2, 4주 열리는 개울장 인기 만점...성북구, 상인·주민·시민단체·대학 협력으로 전통시장 꿈틀꿈틀...상인·주민 지혜 + 청년 아이디어로 ‘식상’ 대신 ‘신선한’ 정릉시장 대표적 장터... 박원순 서울시장도 깜짝 방문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한적했던 전통시장이 대박행진 중이다. 화재의 현장은 성북구 정릉동 정릉시장이다. 서울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개울(정릉천)이 있는 특성을 살려 체험과 놀이가 가득한 복합문화 공간으로 변신한 후 가족 혹은 연인이 일부러 찾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아시아경제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정릉시장 성공요인을 ‘시장 상인과 신세대 장돌뱅이의 콜라보’라고 정의하며 이같이 말했다.
성북구는 전통시장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상인과 주민 그리고 시민단체가 수시로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아카데미 등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정릉시장도 주민과 상인 그리고 30여개의 지역단체가 ‘정릉시장의 부활’을 위해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해부터 국민대, 서경대, 한국예술종합대학 등 인근 대학의 재학생들이 문을 두드렸다. 시장 안의 또 다른 시장을 열어보겠다는 것이었다. 상인들은 고민 끝에 이들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시장된 것이 개울장이었다. 매월 2, 4주 토요일 정릉천을 따라 이어지는 장으로 오후 1~6시 열린다. (6~8월 하절기는 오후 4~8시)
김 구청장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11회가 진행돼 참여한 상인이 1050명에 달한다는 것과 장이 설 때마다 약 5000명의 일반 방문객이 방문하고 있으며 그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통시장 특유의 후한 인심에 팔장, 손장, 배달장, 알림장, 수리장, 소쿠리장 등 다른 시장에 없는 재기발랄함이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는 거다.
팔장은 주민의 시간과 삶을 사고파는 벼룩시장이다. 손장은 지역의 손작업 예술가들이 작품을 뽐내고 판매까지 이루어지는 장이다. 배달장은 정릉시장의 소문난 먹거리를 배달해 개울장을 즐기면서 맛도 볼 수 있는 정릉시장만의 프로그램이다. 출출해도 자리를 비우기 어렵던 상인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지역의 기업, 복지관 등이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나누는 캠페인이 펼쳐지는 알림장, 물건을 수리해서 다시 쓰는 수리장, 지역의 도시농부들이 건강하게 키우고 거둔 수확물을 판매하거나 나누는 소쿠리장은 교육적 효과가 높아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다.
김 구청장은 ‘개울(정릉천)’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도 흥행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는다. 서울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개울에서 매번 기발한 챔피언전이 펼쳐진다. 챔피언은 다음 장에 나와 새로운 도전자들과 게임을 해야 하는 정릉 개울장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이외도 시장구경 왔다가 캠핑까지 즐기도록 한 개울섬 캠핑장, 개울소리를 들으며 야외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꾸민 개울 도서관, 다리 밑 시원한 그늘에서 개울소리를 들으며 공연을 즐기는 미태극장도 있다. 한 때 염색공장이 있었던 정릉시장의 과거를 재현한 천연염색터도 개울 옆에 자리를 잡았다.
김 구청장이 정릉시장을 방문할 때마다 상인들은 “예전에는 대형마트에 손님을 빼앗겨서 사람을 구경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는데 지금은 바빠서 구경하기가 어렵다”면서 엄살 섞인 농담을 던진다고 전했다.
특히 젊은이들이 시장으로 찾아오고 난 후 대부분은 전통시장도 해볼만 하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정릉시장의 이런 시도와 성공에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도 직접 방문해 독려에 나섰다.
지난 17일 정릉시장을 전격 방문한 박 시장은 개울장을 직접 돌아보며 “상인과 주민의 지혜에 젊은이들의 아이디어가 더해 차별화된 문화와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정릉시장에서 전통시장의 미래를 보았다”고 밝혔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성북구는 생산시설이 없지만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지역경제를 살리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상인과 주민, 시민단체와 대학이 하나가 돼 전통시장을 살리고 청년들의 창업의 현장이 되고 있는 사례를 다른 전통시장으로도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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