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을 했다. 박 대통령은 법정시한 내 예산안 심의ㆍ처리를 요청했고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등에 대한 국회의 초당적 협조도 구했다. '경제'라는 말이 56번이나 나온 데에서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읽혔고 '청년' '개혁' '일자리'를 여러 번 언급한 데에서 국정과 경제운용의 초점이 보였다.
박 대통령은 국가신용등급 상향이나 국제기구의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 등을 들어 세계경제의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나라가 선전하고 있다고 자평하면서도 서민경제의 어려움과 청년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경제활력을 회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개혁과 혁신도 강조했다. 특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2차년도인 내년 예산이 4대 개혁을 뒷받침하는 의미가 있다면서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비교적 잘 하고 있지만 어려운 상황이며,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말로 오늘의 대통령의 메시지를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이 같은 현실 인식과 과제 제시에 대해 누구라도 크게 이의를 달기는 어려울 듯하다.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과 해법, 과제의 내용과 그 우선순위에 대해 각론에서는 생각이 다르더라도 경제 살리기와 개혁이 시급하다는 것은 여당은 물론 야당도 공감했을 것이다. 많은 국민들도 오늘의 연설이 그 같은 총의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시정연설은 총의보다는 갈등과 분열을 노정시켰다. 온 나라를 크게 요동시키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문제로 야당이 회의 출석 보이콧 움직임까지 보이는 등 이날 펼쳐진 모습은 국민들에게 매우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게 했다.
박 대통령은 오늘 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역사교육 정상화'라며 강력한 추진 의지를 재차 밝혔다. 그러나 국정화 방침은 발표 이후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타당성 여부를 떠나서 박 대통령이 스스로 입버릇처럼 강조한 대로 민생과 경제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문제가 과연 사회의 역량을 대거 쏟아부어야 할 사안인지 의문이다.
결과적으로 오늘의 시정연설은 경제회복과 개혁, 이를 위한 국회와 사회 에너지의 결집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를 보여줬다. "한 사람의 큰 걸음보다 백 사람의 한 걸음씩이 더 크다"고 한 자신의 말처럼 소모적인 사회 분열을 막기 위한 박 대통령의 결자해지가 필요해 보인다.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튼튼한 경제'의 조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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