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최근 한국형전투기(KF-X)사업 기술이전 실패를 놓고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책임소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사업의 역사(History)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KF-X사업은 우리 손으로 직접 전투기를 만들어 자주국방을 이룩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2001년 3월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2015년까지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본격적인 윤곽을 드러냈다. 다음해 공군은 한국형전투기(KF-X)사업 대신 직접 전투기를 구매하는 차세대전투기(FX) 1차사업에 이어 2006년에는 FX 2차사업을 진행해 미국 보잉사의 F-15K를 구입했다.
▲FX 3차사업과 연결한 KF-X=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9월 FX 3차 사업을 진행하면서 록히드마틴와 F-35A 40대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군에서 FX 3차사업을 진행한 것은 공군이 보유중인 F4, F5 전투기 등이 노후됐기 때문이다. 공군은 2020년부터 노후된 F4, F5 전투기 등 100대 이상을 퇴역시킬 예정이다.
방위사업청은 FX 3차사업을 진행하면서 미(美) 정부로부터 기술이전을 받고 이 기술로 KF-X를 개발할 계획이었다. 방사청은 지난해 F-35 계약 체결 이후 기술 이전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술 이전의 경제적 효과만 14억달러에 이른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록히드마틴은 당시 미 정부에서 ▲위상배열(AESA) 레이더▲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전자광학 표적 추적장비(EOTGP) 핵심기술 수출승인(E/L)을 하지 않는다고 우리측에 통보한 바 있다.
미측은 또 한민구 국방장관이 팬타곤을 방문해 카터장관을 만나 기술요청을 하기 전날인 15일 서한을 보내 '기술이전 거부'를 재차 확인했다. 기술이전 실패가능성을 숨기고 경제적인 효과만 부풀린 거품이 결국 터진 셈이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유럽, 이스라엘 등 해외업체 협력과 독자개발로 이들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비용도 문제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개발비 8조6700억원을 포함해 120대 양산에 약 18조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핵심기술을 기술협력 또는 독자개발하려면 막대한 추가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고 이마저도 개발성공이 미지수라는 것이 군안팎의 시각이다.
▲사업부실 책임론 급부상= 당초 FX 3차사업 기종으로 결정된 것은 미국 보잉사의 F-15SE 이글이다. 방사청은 2013년 9월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서 F-15SE를 3차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1순위 후보로 상정했다. 그러나 방추위는 F-15SE의 '스텔스 기능'이 미흡하다며 기종 선정안을 부결하고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이 조건을 충족한 기종은 F-35A 이 유일했다. 이 선택을 한 사람은 당시 국방부장관이었던 현재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다.
군당국은 아직 책임 소재를 묻기 이르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에서는 방위사업청이 당시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기를 도입하면 기술 이전이 가능하다고 과대 포장한 경위와 진행 과정을 철저히 재조사해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당시 결정권자였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나 이용걸 전 방사청장도 책임을 피해 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실장은 국방장관이었던 2013년 9월 국회 국방위 현안질의에서 "거대한 프로젝트인 FX사업에 대해서는 책임지고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당시 이용걸 방위사업청장은 "(FX사업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기술이전"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기술이전에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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