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2라운드 돌입 이후 롯데 상장사 시총 6000여억원 증발
신동주 기자회견한 8일부터 광윤사 주총열렸던 14일까지 조2877억원 허공으로
1라운드 당시 되레 시총 증가로 신동빈에 대한 신뢰보여…오너리스크 재발에 시장 불안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권 분쟁 2라운드가 시작되면서 롯데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이 6000여억원 증발됐다.
지난 7월28일 경영권 분쟁이 수면위로 떠오른 날부터 8월17일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승기를 잡을 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주가흐름이다. 반(反) 롯데 정서가 들끓는 이 기간동안 롯데 상장사 대부분의 주가는 크게 올랐다. 시장이 신 회장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지난 8일 신 전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재반격을 예고한 이후 주가는 크게 출렁였다.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신 전 부회장측이 추가 소송과 롯데홀딩스 주총 소집 등을 계획하고 있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다음 달 서울 시내면세점 수성 여부도 큰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8일 신 전 부회장은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8월17일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 회장의 일방적 승리로 끝난 경영권 분쟁의 재개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4일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28.1%)의 주총을 열어 신 회장을 이사직서 해임시켰다.
다시 시작된 오너리스크에 이 기간동안 롯데그룹 주가는 크게 동요했다. 롯데그룹의 상장 계열사는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손해보험, 롯데푸드, 롯데케미칼, 롯데하이마트, 현대정보기술 등 총 8개사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7일 종가 기준 신 회장이 광윤사 이사직서 해임된 14일까지 4거래일 간 롯데 상장사 시총은 27조2656억원에서 25조9780억원까지 떨어졌다. 시총 1조2877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기자회견을 연 8일에만 5283억원이 빠졌고, 광윤사 주총 당일인 14일에도 5329억원이 사라졌다.
이 기간동안 26만7000원이던 롯데쇼핑 주가는 25만8000원으로 떨어졌고 232만5000원인 롯데칠성은 223만5000원까지 하락했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도 각각 211만8000원, 105만4000원에서 208만4000원, 97만1000원까지 내려갔다. 특히 롯데푸드는 지난 8월26일 이후 처음으로 100만원대가 무너졌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손해보험, 롯데하이마트의 주가도 떨어졌다. 15일 시장이 크게 오르면서 롯데 주요 계열사 시총도 절반 이상(6906억원) 회복했지만 시장이 경영권 분쟁 재발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 롯데 정서와 경영 불안정에도 신 회장에 대한 신뢰를 보여줬지만 최근 오너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최대 핵심사업 중 하나인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 수성 여부에 대한 엇갈린 전망까지 나오면서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1차전 기간 동안 신 회장에 대한 시장의 믿음은 굳건했다. 지난 7월28일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을 통해 신 총괄회장을 이사직서 해임시키며 수면위로 떠오른 이후 롯데 주요 상장사 주가는 되레 상승세를 이어갔다. 8월17일 롯데홀딩스 주총을 통해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의 승리를 선언했을 때까지 시총 총 4139억원이 증가했다.
문제는 신 전 부회장이 향후 추가 소송과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 소집 등을 계획하는 등 분쟁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신 회장의 경영 플랜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이다. 롯데그룹측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측이 호텔롯데 상장 지연 등 신 회장이 계획하고 있는 것들을 못하게 하기 위해 일련의 사태를 다시 만들고 있는 것"이라며 "호텔롯데 상장도 예정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지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특허 만료, 호텔롯데 상장 등 그룹 내 중요 이슈가 긴급한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이 재개돼 현안에 대한 우선 순위가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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