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올들어 9개월째 하락세인 한국 수출이 '아시아의 네 마리 용'(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가운데 가장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JP모건의 '한국, 이웃 나라의 침체 속 성장'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수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0여년간 상승했다. 지난해 한국 수출이 세계 전체 수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3.4%로 2010년(3.1%)보다 0.3%P 늘었다.
아시아 경쟁국인 대만은 2005년 1.9%, 2010년 1.8%, 2014년 1.7%로 세계 수출시장에서 입지가 갈수록 좁아졌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수출 비중은 2.2%로 9년 전과 차이가 없었다. 2010년(2.3%)과 비교하면 비중이 오히려 감소했다.
원화의 실질 가치가 2010년 이후 7% 올랐지만 싱가포르와 대만 통화가치가 각각10%, 5%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한국 수출의 선전은 더욱 두드러진다. 김지원 JP모건 연구원은 "한국은 대만과 싱가포르보다 수출 품목이 다양해 아시아 신흥국의 수요 약화 등의 위기에 두 나라보다 받는 충격 정도가 덜하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세계 각국의 수출액 순위를 봐도 한국과 아시아 경쟁국의 명암은 엇갈렸다.
한국의 순위는 2005년 3050억달러로 10위를 기록했지만, 2010년 4789억달러로 7위로 올라섰고 지난해에는 6055억달러로 6위를 달성했다. 싱가포르는 2005년 17위, 2010년 19위, 작년 19위로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홍콩의 수출 순위는 지난해 40위로 2005년 34위에서 6계단 떨어졌다.
식민지배로부터 해방된 후 고도성장을 하면서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린 국가 가운데 한국만이 최근 수출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인 셈이다.
특히 세계 경제가 전체적으로 침체기를 맞으면서 한국 수출이 상대적으로 선전한 모양새를 나타내고 있다.
1분기 블룸버그가 조사한 수출 순위는 5위로 지난해 말보다 오히려 한 단계 올라갔다. 중국이 지난해 2조4천68억 달러를 수출해 부동의 1위를 지켰다. 중국 수출 순위는 2000년 4위에 그쳤지만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05년 독일을 밀어내고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어 미국과 독일이 각각 2위, 3위에 올랐다. 일본(4위)과 네덜란드(5위)도 한국을 앞섰다.
다만 중국은 올들어 수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의 1∼9월 수출입 누계 총액은 17조8천700억 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감소했다.
이 때문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중국 등 세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면 아시아 네 마리 용 가운데 그나마 선전한 한국 경제도 비틀거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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