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헤지펀드 업계가 지난달 금융위기 후 최악의 투자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티그룹에 따르면 지난달 헤지펀드 업계는 총 78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직후였던 2008년 10월 이후 최악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8월 말 기준 헤지펀드 업계 자산 규모는 3조500억달러로 집계됐다. 전년대비 0.2% 줄었다. 다만 금융위기 이후로 따지면 헤지펀드 자산은 두 배로 늘었다.
헤지펀드는 헤징을 통해 시장 변동성에 대비하고 이를 통해 투자자산을 지켜냄으로써 명성을 얻어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후 운용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일부 헤지펀드들이 특정 주식이나 거래에 대규모로 집중 투자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처럼 특정 주식에 대규모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이 크게 손실을 냈다고 FT는 설명했다. 또 지난달 말에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 원자재 때문에 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했다고 덧붙였다.
GAM의 앤서니 라우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달 헤지펀드 수익 부진에 대해 헤지펀드들이 투자 종목을 잘못 선택했다기보다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가 이뤄지다 보니 시장 분위기가 위축됐을 때 오히려 매도세가 커지고 손실도 커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헤지펀드들은 올해 초 정크본드와 미국 바이오 기업들에 집중 투자했다. 하지만 현재 나스닥 바이오 지수는 지난 7월 고점에 비해 2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정크 본드 투자에서도 상당한 손실이 났는데 올해 들어서는 투자 적격 등급 미국 채권 조차 손실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내로라하는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들도 올해 체면을 구기고 있다.
데이비드 아인혼의 그린라이트 캐피털은 9월 말까지 17%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대니얼 로엡의 서드포인트도 4% 손실을 나타내고 있다. 빌 애크먼의 퍼싱스퀘어홀딩도 지난 여름동안 두 자릿수 손실을 기록했다.
헤지펀드 업계에서는 9월에는 주식과 채권 등에서 손실이 더 늘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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