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유동성 지원 등 3개 PEF 만들어 국책銀 보유 C등급 이하 채권 매입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부실채권(NPL) 관리회사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이르면 내달 중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로 탈바꿈한다. 국책은행이 보유한 C등급 이하 부실채권을 매입해 부실관리에 나서는 등 기업구조조정도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유암코를 다음달 말까지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로 확대 개편하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이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가동했던 태스크포스(TF)가 그 무렵 해산하는데 이때 관련 기능이 유암코로 자연스럽게 이전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금융당국은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별도로 설립할 계획이었으나 얼마 전 유암코를 확대 개편하기로 급선회했다. 유암코는 기업구조조정, 유동성 지원, 자구계획 지원 등 3개 목적별 사모펀드(PEF)를 만들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3개 목적별 PEF 가운데 은행으로부터 부실기업 채권을 매입해 구조조정한 뒤 되파는 구조조정PEF가 가장 먼저 가동될 것"이라며 "나머지 2개 PEF는 시간을 두고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유암코는 기업신용 위험평가 D등급(법정관리 대상)이나 등급 외인 NPL 등급의 건설사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권을 주로 매입해 구조조정한 뒤 되팔아왔다. 앞으로는 은행들로부터 C등급 채권을 매입해 구조조정한 뒤 다시 매각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를 위해 부실기업 평가 기준도 새로 도입하는데 기존 은행의 기업신용위험평가를 모델로 삼았다. 현행 기업신용위험평가 기준은 A등급(정상), B등급(부실 징후가 큰 기업), C등급(부실징후가 있지만 정상화 가능성이 큰 기업), D등급(경영정상화 가능성 없는 기업으로 법정관리 대상)으로 나뉜다.
유암코는 1차 구조조정 대상으로 대출금 1000억원 안팎의 기업들을 염두해두고 있다. 이후 대출금 2000억원, 3000억원 이상의 기업들로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암코가 비교적 대출 규모가 작은 기업들의 채권부터 사들여 구조조정을 수행하는데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기존에 보유한 채권도 매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암코는 2009년 10월 설립된 민간배드뱅크(부실채권 투자ㆍ관리 전문회사)로 신한ㆍ국민ㆍ하나ㆍ중소기업은행이 850억5000만원(17.5%), 우리ㆍ농협은행이 729억원(15%)를 투자했다. 자본금 규모는 4860억원. 여기에 산업은행(14%)과 수출입은행(2%)이 1600억원을 출자해 주주가 8개 은행으로 늘어난다.
금융당국이 유암코를 앞세워 기업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것은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불리는 '한계기업'(이자를 3년 연속 지불하지 못하는 기업)을 계속 방치할 경우 우리 경제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외부감사를 받는 비금융법인 2만5452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전체 기업 중 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기업은 2009년 2698개(12.8%)에서 지난해 3295개(15.2%)로 늘었다. 이들 한계기업의 부채비율도 171.1%에서 238.5%로 증가했다. 자본잠식된 기업들에 대한 대출금도 52조원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다만 회생신청 후 실제로 회생하는 회사가 20%도 채 안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는 유암코가 마냥 속도를 내기 어려운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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