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금융과 전자, 철강 등 한때 6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던 동부그룹이 그룹의 모태인 동부건설까지 내다팔며 창사 이래 최대의 시련을 겪고 있다. 동부그룹의 자산 규모는 18조원에서 14조원대로 내려 앉았고, 재계 서열도 10위권에서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룹의 계열사 수는 최근 1년새 절반 가까이 줄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마감된 동부건설 인수의향서 접수 결과, 국내 중견그룹과 중국의 건설사 등 국내외 기업 5~6곳이 참여했다. 예비실사를 거쳐 다음달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부건설의 매각 작업은 올해 안으로 모든 절차가 마무리 될 전망이다.
동부건설은 동부그룹의 전 계열사에 있어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동부그룹은 1969년 김준기 회장이 자본금 2500만원으로 시작한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이 모태다. 건설업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으로 1983년 한국자동차보험(현 동부화재)을 인수해 금융업에 진출했고, 같은 해 미국 몬산토사와 반도체용 실리콘웨이퍼 제조회사인 실트론을 합작ㆍ설립하면서 전자 분야에까지 발을 들였다. 1985년엔 일신제강(현 동부제철)을 인수하면서 제조 분야의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건축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후 40여년 만에 영역을 금융과 전자, 철강까지 확대하며 6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서열 10위권의 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동부그룹에 위기가 닥쳤다. 동부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철강 등의 업황 악화와 맞물려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2009년 말 김 회장이 사재 3500억원을 출연한 동부하이텍을 시작으로 동부건설과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매각이 추진됐고 동부제철 지분 매각 등 그룹 차원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결국 2013년 말 부채비율 200% 이상 그룹을 대상으로 한 주채권은행의 사전적 구조조정 정책에 동부그룹이 포함되면서 구조조정의 전권을 산업은행에 위임했다. 이후 동부그룹은 3조원 가량의 자산을 중심으로 산업은행과 사전적 구조조정 약정을 체결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포스코를 상대로 추진했던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건설의 당진발전소 패키지 매각이 무산되면서 동부그룹이 주요 계열사들을 완전히 매각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 방향이 틀어졌다. 핵심 계열사인 동부제철 경영권은 채권단에 넘어갔고, 동부특수강ㆍ동부발전ㆍ동부익스프레스ㆍ동부팜한농 등 알짜 계열사들이 줄줄이 매각됐거나 현재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동부그룹은 사실상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한 금융계열사와 동부대우전자 등을 중심으로 하는 제조계열사 두 축만 남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동부그룹의 계열사 수는 지난해 4월 64개에서 이달 1일 현재 34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18조원에 육박하던 자산 규모는 14원대로 쪼그라들었고, 재계 서열 순위 또한 17위에서 23위로 밀려났다. 동부건설, 동부제철 등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거나 자율협약 상태인 기업들이 아직 그룹 계열사에 포함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 이후엔 자산 규모와 재계 서열 순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밀려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의 철강, 건설, 물류 부문이 완전히 와해됐다"며 참담한 심경을 털어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동부는 핵심 계열사들이 줄줄이 팔려나가며 최근 1~2년 새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며 "동부대우전자 같은 계열사가 남아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사실상 '동부금융그룹'으로 전락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