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신고하자니 과징금 무섭고, 버티자니 이중처벌 두려워
입찰담합 자진신고 7일 종료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건설사 입찰담합 자진신고 기간 만료를 앞두고 건설사들의 눈치보기가 치열하다.
정부는 지난 13일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을 통해 건설업체 등에 대한 입찰담합 행정제재 조치를 해제했는데 적발되지 않은 입찰담합 건에 대해서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7일까지 자진신고 기간을 뒀다.
특별사면이 이뤄진 지난달 13일 이전의 담합 사실이 적발되지 않았더라도 이날까지 과거의 입찰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하면 입찰참가제한 등 행정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만약 기간 내에 자진신고를 하지 않다가 추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담합 사실이 적발되면 과징금은 물론 최장 2년간 공공공사의 입찰참가제한을 받게 된다.
문제는 과징금이다. 공정위는 입찰담합이 적발된 업체에는 입찰참가제한은 물론 과징금을 부과해왔다. 하지만 특별사면이 되더라도 과징금이 면제되는 것이 아니어서 자진신고를 두고 건설업체들이 주판알을 튕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여러 업체 중 한 업체만 자진신고를 하더라도 관련 공사에 대한 전체적인 담합 사실이 적발돼 무턱대고 버티기에도 부담스럽다. 가만히 있자니 추후 담합 사실이 적발될 경우 이중처벌이 두렵고, 자진신고를 하자니 막대한 규모의 과징금이 염려되는 것이다.
자진신고와 관련해 공정위의 리니언시(Leniency, 자진 신고자 감면제)가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도 건설사들을 고민스럽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리니언시는 담합 행위를 한 기업들에게 자진신고를 유도하게 하는 제도로 담합 사실을 처음 신고한 업체에게는 과징금 100%를 면제해주고, 2순위 신고자에게는 50%를 감해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담합 사실이 적발되지 않은 것 중 현재 조사를 받고 있는 건에 대해서는 자진신고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그렇지 않은 공사는 담합 사례가 있었는지도 확실치 않고 담합이 있었다하더라도 개별회사들이 판단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까지 대한건설협회에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한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자진신고 마감일인 7일 신고가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가 접수될 지는 알 수 없다.
입찰담합 자진신고와 관련해 정부는 건설협회에서 개별 신고업체의 신청서를 취합해 공정위와 국토교통부에 제출하도록 했다. 건설협회가 자진신고서를 접수받게 되면 접수 내용에 대한 내부보고 없이 담당자선에서 곧바로 국토부와 공정위에 자료를 넘겨야 한다. 건설협회 접수 담당자들은 모두 비밀유지에 대한 각서를 썼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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