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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아빠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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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유산은 책

[최보기의 책보기] 아빠의 서재 아빠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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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에 살던 다섯 살 즈음의 아이에게 희고 복스러운 강아지 한 마리가 생겼다. 중학교 다니던 형이 영어로 ‘에스’라고 이름을 지어줬다. 도시 아이들의 장난감도 놀이터도 없던 아이에게 에스는 둘도 없는 친구가 돼주었다. 아이도 크고, 에스도 크면서 둘은 형제처럼 지냈다. 아이가 일곱 살 즈음 동네 마실을 나갔던 에스가 밭에 뿌려 놓은 쥐약을 먹고 죽었다. 아이는 몇 날 며칠을 울었다. 커서 어른이 된 후로는 반려동물을 일절 집에 들이지 않는다. 사람과 정들었다가 헤어지는 것도 가슴 아픈데 동물에게까지 그럴 생각이 없어서다. 필자 이야기다.


어떤 비극적인 소식을 들을 때면 ‘나에게 저리 지독한 일이 생기면 어떻게 견디지?’라며 그 지독한 일을 상상하다 고개를 도리질하며 애써 다른 생각으로 돌리는 경험은 흔하다. 그때마다 ‘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리 끔찍한데 실제로 그런 일을 겪은 사람들의 고통은 얼마나 클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고통의 크기는 전혀 체감이 안된다. 그저 이토록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것이 ‘이기적 유전자’를 지닌 동물의 일반성일 거라 뭉게며 지날 뿐이다.

아주 슬픈 이별의 장면을 읽은 적이 있다. 너무나 자상하고 가족적이었던 젊은 아버지가 암으로 투병하다 아내와 어린 자식들을 남기고 먼저 세상을 떠나는 순간이었다. 운명하기 일보 직전 아내는 떠나는 남편의 귀에 대고 “여보, 사랑해요. 나와 결혼해 줘서 고마워요. 다음에도 우리 꼭 부부로 다시 만나요. 아이들은 제가 끝까지 잘 키울게요. 걱정하지 말고 잘 가요.”라고 속삭였다. 의식이 없던 남편의 눈에선 희미한 눈물이 흘렀고 심전도계는 평행선을 그었다. 가슴이 뭉클하다.


<아빠의 서재>는 몇 년 전 딱 그런 일을 겪었던, 남은 가족들이 같이 쓴 책이다. 아내와 중학생 딸, 초등학생 아들은 애서가이자 평론가였던 남편, 아빠가 유산으로 남긴 책더미를 뒤지며 ‘아빠와의 대화’를 넘어 세상을 헤쳐나가는 ‘밝음’으로 우뚝 섰다. 이 책이 전혀 슬프지 않은 이유이다. 셋이 함께 읽으면 좋을 21권의 책을 골라 읽은 후 각자 쓴 독후감을 가감없이 편집했다. 책을 읽다보면 같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서 느낀 것들을 글로 써서 공유해보는 것만큼 고효율의 대화가 없어 보인다. 스스로를 정리해 나감은 물론 엄마, 누나, 남동생의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게 되는 지름길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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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기와 함께 쓰기가 요즈음의 대세라는데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은 집이라면 ‘어떤 책이 좋을지, 어떻게 하는 건지’에 대한 교본이 될 책이다. 남편 덕(?)에 집에 널린 책에 빠져 살았던 아내의 왕발 독서편력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고급 정보’들이다. 이제 철이 좀 들어가는, 글자보다 그림에 익숙한 중학생 소녀 서해의 솔직한 내면은 그만한 아이들의 생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레고와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초등학생 아들의 글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재미가 있다.


“나는 우리 집에 책이 많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책을 좋아했던 아빠는 내게 집에 있는 책들이 이다음에 귀중한 자산이 될 거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그때는 내가 어릴 때라 ‘장난감도 아닌 책이 저렇게 많아 어디에 좋다는 걸까?’하고 불평했지만, 지금은 아빠의 말씀이 무슨 뜻이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는 게 서해의 말이다. <신순옥, 최서해, 최인해 공저/북바이북/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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