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최보기의 책보기] 아빠의 서재

시계아이콘01분 35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아빠의 유산은 책

[최보기의 책보기] 아빠의 서재 아빠의 서재
AD

섬마을에 살던 다섯 살 즈음의 아이에게 희고 복스러운 강아지 한 마리가 생겼다. 중학교 다니던 형이 영어로 ‘에스’라고 이름을 지어줬다. 도시 아이들의 장난감도 놀이터도 없던 아이에게 에스는 둘도 없는 친구가 돼주었다. 아이도 크고, 에스도 크면서 둘은 형제처럼 지냈다. 아이가 일곱 살 즈음 동네 마실을 나갔던 에스가 밭에 뿌려 놓은 쥐약을 먹고 죽었다. 아이는 몇 날 며칠을 울었다. 커서 어른이 된 후로는 반려동물을 일절 집에 들이지 않는다. 사람과 정들었다가 헤어지는 것도 가슴 아픈데 동물에게까지 그럴 생각이 없어서다. 필자 이야기다.


어떤 비극적인 소식을 들을 때면 ‘나에게 저리 지독한 일이 생기면 어떻게 견디지?’라며 그 지독한 일을 상상하다 고개를 도리질하며 애써 다른 생각으로 돌리는 경험은 흔하다. 그때마다 ‘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리 끔찍한데 실제로 그런 일을 겪은 사람들의 고통은 얼마나 클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고통의 크기는 전혀 체감이 안된다. 그저 이토록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것이 ‘이기적 유전자’를 지닌 동물의 일반성일 거라 뭉게며 지날 뿐이다.

아주 슬픈 이별의 장면을 읽은 적이 있다. 너무나 자상하고 가족적이었던 젊은 아버지가 암으로 투병하다 아내와 어린 자식들을 남기고 먼저 세상을 떠나는 순간이었다. 운명하기 일보 직전 아내는 떠나는 남편의 귀에 대고 “여보, 사랑해요. 나와 결혼해 줘서 고마워요. 다음에도 우리 꼭 부부로 다시 만나요. 아이들은 제가 끝까지 잘 키울게요. 걱정하지 말고 잘 가요.”라고 속삭였다. 의식이 없던 남편의 눈에선 희미한 눈물이 흘렀고 심전도계는 평행선을 그었다. 가슴이 뭉클하다.


<아빠의 서재>는 몇 년 전 딱 그런 일을 겪었던, 남은 가족들이 같이 쓴 책이다. 아내와 중학생 딸, 초등학생 아들은 애서가이자 평론가였던 남편, 아빠가 유산으로 남긴 책더미를 뒤지며 ‘아빠와의 대화’를 넘어 세상을 헤쳐나가는 ‘밝음’으로 우뚝 섰다. 이 책이 전혀 슬프지 않은 이유이다. 셋이 함께 읽으면 좋을 21권의 책을 골라 읽은 후 각자 쓴 독후감을 가감없이 편집했다. 책을 읽다보면 같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서 느낀 것들을 글로 써서 공유해보는 것만큼 고효율의 대화가 없어 보인다. 스스로를 정리해 나감은 물론 엄마, 누나, 남동생의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게 되는 지름길이지 싶다.


AD

함께 읽기와 함께 쓰기가 요즈음의 대세라는데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은 집이라면 ‘어떤 책이 좋을지, 어떻게 하는 건지’에 대한 교본이 될 책이다. 남편 덕(?)에 집에 널린 책에 빠져 살았던 아내의 왕발 독서편력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고급 정보’들이다. 이제 철이 좀 들어가는, 글자보다 그림에 익숙한 중학생 소녀 서해의 솔직한 내면은 그만한 아이들의 생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레고와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초등학생 아들의 글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재미가 있다.


“나는 우리 집에 책이 많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책을 좋아했던 아빠는 내게 집에 있는 책들이 이다음에 귀중한 자산이 될 거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그때는 내가 어릴 때라 ‘장난감도 아닌 책이 저렇게 많아 어디에 좋다는 걸까?’하고 불평했지만, 지금은 아빠의 말씀이 무슨 뜻이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는 게 서해의 말이다. <신순옥, 최서해, 최인해 공저/북바이북/1만3500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