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앞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 시중은행 절반만 진출 확정
과당 경쟁·수익모델 취약·투자비용 대비 수익감소 우려로 신중모드
전담조직 신설·기업간 공동상품 개발 등 핀테크 사업은 발벗고 나서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1995년 세계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 '시큐리티퍼스트네트워크뱅크(SFNB)'가 미국에 설립됐다. 이후 10년 동안 30개 안팎의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생겨나면서 성장기를 맞는 듯했다. 그러나 과당경쟁으로 불과 3년 만에 17개 정도의 인터넷전문은행들이 통폐합되는 시련을 겪었다. 2000년에는 일본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 '재팬넷뱅크'가 탄생했다.
이후 소니뱅크, 지분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잇따라 등장했지만 사업 초기 시행 착오 등으로 흑자로 전환하는 데 평균 4~5년이 걸렸다. 반면 2010년 출범한 일본 라쿠텐뱅크의 경우 모기업이 보유한 전자상거래분야 네트워크를 활용해 일본 인터넷전문은행 중 최대계좌 수(460만좌)를 확보하면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의 예비인가 신청마감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패에 관심이 쏠린다. 오는 30일 접수가 마감되는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대한 은행권의 행보가 엇갈린다. 핀테크(금융+정보기술)는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대세'로 자리를 잡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아직까지 필수가 아닌 '선택'하는 분위기다.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속성장의 기회, 무리하면 독 될수도=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6월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을 발표한 후 현재까지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 우리은행이 컨소시엄 참여를 확정했다. 반면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은 한 발짝 물러난 채 진출 시기를 놓고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올 12월 예비인가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 본인가를 낼 계획이다. 현재까지 주요 시중은행들의 절반 정도만 공식 진출을 확정한 것은 기대만큼 우려도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에는 처음 도입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과당 경쟁과 수익모델의 취약, 초기 투자비용 대비 적정규모 이상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수익성 감소에 따른 부실화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세계적인 흐름도 아니고 컨소시엄에 참여한 국내 은행들도 지분이 10% 정도밖에 안 된다"며 "아직까지는 모든 은행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만한 기대감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20여개, 유럽과 일본은 각각 30여개, 8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점포가 없어 비용절감이 가능하고 새로운 서비스 개발과 낮은 수수료 등에 따른 소비자 효용이 증대될 수 있다.
그러나 도입 초기 은행과 핀테크 기업 등 컨소시엄 주체들이 무리하게 추진 운영할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설립됐던 미국의 초기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경우 고객 확보를 위해 높은 예금금리를 제시하면서 가격 경쟁에 치중하다 파산한 사례가 많다.
◇핀테크 강화가 먼저, 차별모델 찾는다= 국내 은행들은 핀테크 사업 확대에는 모두 발벗고 나선 상태다. 핀테크 사업을 강화하는 게 금융산업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금융권에서 부서 규모의 핀테크 전담조직을 최초로 신설했다. 핀테크 관련 4대 분야로 지급결제ㆍ송금, 신기술 발굴, 제휴ㆍ스타트업,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민은행도 그룹 차원에서 'KB핀테크 허브센터' 운영과 'KB핀테크 데이' 개최 등을 통해 계열사와 핀테크 기업 간 공동상품 개발을 발굴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5일 글로벌 통합자금관리서비스 플랫폼 'GCMS'를 선보였다. 아시아 핀테크 구축 전략 중 하나다. 해외 진출 기업이 국외 관계사의 자금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하나은행은 올 상반기 '원큐 랩'을 개소하고 핀테크 업체가 은행이 제공한 사무공간에 입주해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기업은행도 올 4월 개소한 'IBK금융그룹 핀테크 드림 지원센터'와 연계해 신생벤처기업 금융지원 및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농협은행은 올 12월 'NH핀테크 오픈플랫폼'을 출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26일 20개 핀테크 기업과 오픈플랫폼 모델링 협약식을 열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은행은 핀테크의 기술력, 핀테크 기업은 은행의 시장전문성과 브랜드 등을 활용해 서로 협업하고 성공적인 가치를 창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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